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휴정 시간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을 별도로 만났다. 물밑 설득 작업을 위해서였다. 곽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1공수특전여단 277명, 707특수임무단 197명 등의 국회 출동 작전을 지휘했다. 곽 사령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에 대해 입을 닫았다. 하지만 박 의원의 설득 직후 오후 회의에 참여한 곽 사령관은 “대통령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4성 장군(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를 직접 찾아가 이진우 수방사령관을 만났다. 김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8기수 후배인 이 사령관에게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설득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시켰다. 이 사령관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한 차례 전화가 왔었다. 상황이 어떤지 물어봤었다”고 실토했다.
민주당은 11일 ‘12·3 계엄사태 제보센터’도 개설했다. 군에서 나오는 익명의 제보를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다. 지난 9일 이기헌 의원은 중앙일보에 “오물풍선에 대해 원점 타격 지시를 거부한 합참 고위직을 겨냥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합참 개념 없는 놈들’ ‘쟤 빼’ 등 폭언을 했다“며 “근거는 당시 군 고위 관계자의 믿을만한 제보”라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9일 경찰에 제출한 윤 대통령의 고발장(외환죄)에도 반영됐다. 이재명 대표도 같은 날 국회를 진입한 계엄군에게 “그대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계엄군을 향한 화살은 명령을 내린 자들을 향해야 한다”며 심리전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8년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낸 트리거(방아쇠)도 ‘미르·K스포츠’ 재단의 내부고발이었다”며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 중심으로 친분 있는 군 관계자들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태 이사,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차은택 단장 등은 2016년 11월 가동된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나와 각종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했고, 이는 여권의 빗장을 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검증이 안 된 제보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쏟아지는 제보 중에서도 ‘자기 방어’ 차원에서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짜깁기할 수 있어서다. 2016년에도 고영태 이사의 폭로 의도를 의심하면서 ‘의인’인지 ‘범법자’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실제로 고 이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관세청 인사에 개입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았다.
곽 사령관의 경우도 지난 6일 “TV 뉴스를 보고 계엄 사태를 파악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언론의 반박보도 후 10일 “계엄 선포 이틀 전 국회와 선관위를 비롯한 6곳에 대한 확보 명령을 받았었다”고 번복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변명을 하며 상황을 호도하는 제보와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제보가 혼재해있다”며 “최대한 검증해서 걸러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