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아냐 모르느냐"…요원 실명 생중계
정보사는 대북·해외 비밀공작에 특화된 기관으로 요원 관련 정보는 극비다. 신분을 감추고 첩보 활동을 하는 만큼 한 사람의 신원만 특정돼도 한국 측 다른 요원들과 이들의 해외 정보원까지 줄줄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일단 신분이 노출되면 이들이 구축한 정보망은 송두리째 잃게 된다.
군 내부 인트라넷인 국방망에서도 정보사 요원에 대한 신원 조회는 인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날 국방위에서 "정보 요원은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 저희가 쌓아온 굉장한 자산들이 한 번에 날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는 탄식이 나온 이유다.
정보 요원의 실명 공개에 대한 지적에 박 의원 측은 본지에 "무장상태로 선관위에 들어가 반란에 가담하는 순간 정보 요원으로서의 생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이들을 보호해 줄 필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투 통제실은요"…내부 구조 자진 실토
지난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였던 합참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의 구조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이 자진해서 묘사하는 일도 있었다. 박 총장은 손짓을 동원해 "합참에 가보면 한층 높은 (지하) 3층에 전투 통제실이 있다"며 "회의실은 지휘·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필요 시 화상도 할 수 있고…"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그런 것 다 얘기해도 되느냐. 보안에 걸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총장이 중요한 전투 시설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답변을 끊어야 한다"(김선호 국방부 차관)는 목소리도 다급히 나왔다.
유사시 북한의 제1 표적이 될 수 있는 군 지휘부의 통신 체계와 핵심 시설을 국회의원과 군 고위관계자들이 다 털어놓으면서 추후 한국 안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그간 쌓아온 정보망과 첩보 체계가 상당 부분 노출된 만큼 이를 변경해야 할 수 있는데, 치러야 할 비용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국면에서 북한 지휘부 제거에 투입될 특수 장비와 부대 관련 세부 사항이 전부 노출된 셈"이라며 "북한이 한국의 무장 수준과 지휘 체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죄 면하려 '작전 디테일' 앞다퉈 공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려다 군의 무능함을 실토하는 상황도 있었다. 김 단장은 "(헬기에서) 내려보니 국회의사당이 너무 컸다. 티맵(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조를 확인했다"며 특임단이 작전 지역의 지형조차 제대로 파악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전투에서 이런 무능한 명령을 내렸다면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면서다.
국정원, 尹과 대화 그대로 노출
이외에도 홍 전 1차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을 통해 '대통령님'과 '[무선보안] 1000번'이라고 명시된 비화폰의 수·발신 통화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비화폰은 도·감청이 불가능한 보안 전화기로, 기밀 등을 다루는 고위 당국자들만 사용한다. 이를 자의로 공개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계엄 국면에서 조태용 국정원장과 홍 전 1차장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홍 전 1차장은 또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조 원장에 대해 "뺀질이 성격. 비상계엄 동조 또는 방조"라고 적절치 못한 표현까지 써가며 비방했다. 국정원 수뇌부가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낸 것 자체가 북한에 향후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