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군경찰인 국방부 조사본부(헌병)이 영장청구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공조수사본부(약칭‧공조본)’를 가동하기로 했다.
경찰·군경찰 입장에서 공수처 검사와의 공조의 핵심은 영장청구권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을 거쳐 각종 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검찰 단계에서 영장 청구가 무산되거나 수사 기밀을 검찰에 노출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국수본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경찰청,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군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대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는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압수수색이 불발됐다. 하루 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수전사령부와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국수본 내부에선 “검찰이 압수수색을 가로챘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또 군경찰과 협력을 통해 군 시설의 구조 및 직제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수사의 명확성을 높이겠단 계획이다. 계엄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현직 군인 신분 피의자에 대한 수사도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기존보다 국방부와의 협력으로 속도를 더 내겠단 방침이다.
공조본에 투입될 수사 인력 등은 현재 각 기관이 조율 중이라고 한다. 경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150명 규모를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인력을 추가 투입하겠단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공조본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은 이미 군검찰과 함께 특별수사본부를 운영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세 기관이 공조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처음 겪는 비상시국 앞에서 수사기관들이 각자 명분과 입지만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협력이 안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조본 구성 논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일절 전달받지 못했고, 협조 요청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오는 12일부터 검사 5명과 검찰 수사관 10명을 추가 지원받기로 했다. 기존 60여명 규모(검사 20명, 검찰 수사관 30여 명, 군검찰 12명)에서 78명 규모로 조직을 확대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압수수색 포렌식 등에 30여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