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로 쪼개진 '계엄수사'…조사날짜 겹치고 오전·오후 불려다녀

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11일 용산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수사 주체가 '검찰·군검찰'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국방부', 이렇게 두 개로 쪼개졌다. 내란죄 수사인 만큼 신속 엄정한 수사가 중요한데 피의자 소환조사 날짜가 겹치는 등 비효율 문제를 낳고 있다. 한 참고인이 오전엔 검찰에, 오후엔 경찰에서 같은 진술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는 11일 공동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경찰의 수사경험, 공수처의 영장청구권, 국방부 군사 전문성 등 각자 강점을 살려 협력하겠다"는 설명이 따라 붙었다. 공동수사본부는 경찰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은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에서 수사 경쟁이 펼쳐진 셈이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검장). 연합뉴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검장). 연합뉴스

하지만 중복수사로 인한 혼선이 이미 발생했다.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검찰과 경찰 양쪽에서 12일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다. 여 사령관 측은 "현직 군인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엔 없다"며 일단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경우, 같은 날 공수처와 검찰 조사를 모두 받았다. 오전엔 공수처 수사팀에 불려가 4시간 참고인 조사를 받고 오후엔 검찰 조사에 응했다.


각 기관마다 수사 인력을 확대 충원하면서 앞으로도 두 갈래 조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계엄령 핵심'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구속한 뒤 박안수 계엄사령관·정진팔 계엄부사령관·곽종근 특정사령관 등 군 지휘라인을 모두 소환해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경찰은 내부에서도 "중대한 사건을 왜 일반 사건처럼 수사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될 만큼 출발이 늦었으나, 이날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착수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경찰이 공수처에 협력을 먼저 제안한 것도 검찰에 기속된 영장청구권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검찰과 경찰 양쪽에서 12일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다. 뉴스1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검찰과 경찰 양쪽에서 12일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견제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한다고 하면 권한 남용"이라며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이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주지 않고 직접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양측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