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일부가 쫓겨난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부친 묘지에 불을 질렀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시리아 서부 도시 라타키아 부근 카르다하 마을에 있는 하페즈 알아사드의 무덤에 반군이 방화했다고 전했다.
촬영된 영상을 보면 언덕 위에 석재로 꾸며진 대형 묘지 구조물은 불타면서 파괴됐다. 이 묘지에는 하페즈의 장남으로 애초 후계자였던 바셀 알아사드의 무덤도 있다. 바셀은 1994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군인 출신인 하페즈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1971년 대통령으로 선출돼 2000년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장기간 집권했다. 그의 차남 바샤르 알아사드는 뒤를 이어 바로 대통령에 올랐다. 형 대신 권력을 세습한 바샤르는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던 2011년 3월 반정부 시위대에 염소·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등 유혈 진압했다.
이후 13년간 내전은 계속됐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에 정부군으로 전세가 기울었지만 지난달 말 시작된 반군의 공세에 밀려 러시아로 도피했다. 시리아 시민들은 현재 하페즈와 바샤르의 동상·포스터를 철거하며 통치 종식을 환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반군을 이끈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와 달리 인권을 존중하는 '정상 정부'라는 점을 과시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통치를 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고문에 관련된 정부 인사들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알졸라니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수감자를 고문한 자들은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을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또 "법의 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망간 이들을 시리아로 인도해달라"고 주변국에 촉구했다. 그는 지난 10일 고문 등 인권침해 범죄에 연루된 군과 정보기관 간부들에게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지난 8일 반군으로부터 축출된 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인사 수만명을 처형하고 고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이 일었다. 지난 9일에는 주로 정치범을 수용하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사람의 뼈를 부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철제 압축기와 각종 고문 도구가 발견됐다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