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4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칫 출국 엑소더스(대탈출)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계엄령이 해제되며 현재는 큰 동요 없이 대다수가 일상으로 복귀한 상태다. 유학생들은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상황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안심하고 학업 생활”… 대학들 ‘계엄 불안해소’ 주력
지난 4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생팀이 교내 홈페이지에 올린 '외국인 유학생 대상 안전 공지'의 내용. 홈페이지 캡처
계엄사태 직후 외국인 유학생 관리를 책임지는 대학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화여대는 4일 오전 급하게 ‘외국인 유학생 대상 안전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공지에는 “어젯밤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해제되는 일이 일었다”며 “향후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예상되니 해당 지역 방문 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문구가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적혔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동요할 수도 있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과 함께 선제적으로 안내 조처를 했다”며 “현재까지 계엄령으로 피해를 보거나 문의를 해온 학생은 없다”고 말했다.
서강대도 5일 홈페이지에 “계엄이 해제된 이후 일상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협은 현재 없는 상태”라며 “안심하고 학업 생활을 해달라”고 공지했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학생들은 계엄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치 상황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카자흐스탄 유학생 A씨는 “북한 공격인 줄 알고 너무 놀랐는데 한국인 친구가 국내 정치 문제라길래 오히려 안심됐다”며 “권리를 지키고자 시위에 나선 시민들 행동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A씨는 “고향에 못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컸는데 다음 날 아침에 상황이 모두 마무리가 돼 큰 문제가 없었다”며 “한국인들이 민주적 자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유력지들이 4일(현지시간)자 신문에 실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기사들. 이들 신문은 모두 이날 1면에서 계엄선포 사태 소식을 전했으며, 일부는 배경 분석 등 관련 보도에 여러 면을 할애했다. 연합뉴스
서강대의 인도네시아 유학생 C씨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시대에 똑같은 일이 벌어져 놀라웠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에 발발한 군사반란을 주요 소재로 다룬 영화다. 일본 유학생은 D씨는 “대학 수업에서 한국 역사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독재 정권 시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며 “반복되는 역사가 흥미로워 유튜브에서 그 시절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한국’ 이미지 훼손도… 유학생 유치 ‘빨간불’
‘안전한 한국’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성균관대의 튀르키예 유학생 E씨는 “한국이 유학생들에게 치안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임을 많이 강조하는데 그런 믿음이 흔들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의 우려도 비슷했다.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대학들이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해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18만명을 넘어섰다.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은 교육당국의 제한 없이 인상이 가능하다.
서울의 한 대학 국제처장은 “계엄사태로 인한 불안이 계속 이어지면 한국에 오려는 유학생들의 지원율이 떨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충남의 한 대학 국제교류팀 관계자는 “사드(THAAD) 사태 때 중국인 유학생 확 줄었던 것처럼 국내외 정치 이슈가 학생 유치를 좌우하기도 한다”며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서지원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