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없는 얼음축제…강원도 겨울축제, 이러다 사라질 판

지난해 1월 제23회 인제빙어축제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남면 빙어호 일대 행사장.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제23회 인제빙어축제가 열린 강원도 인제군 남면 빙어호 일대 행사장. [연합뉴스]

"마땅한 대책 없어 한숨만" 

‘겨울축제 1번지’ 강원도에서 열리는 겨울축제가 기후 변화로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겨울축제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와 주민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축제는 국내 ‘겨울축제 원조’ 격인 ‘인제빙어축제’다. 12일 인제군에 따르면 내년 1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인제 빙어축제가 겨울철 이상고온과 높아진 소양강댐 수위 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축제 취소가 확정되면 2년 연속 무산이다. 

인제군은 1997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1월 중순 소양강댐 상류인 남면 부평리 빙어호에서 빙어축제를 개최해왔다. 하지만 소양강댐 수위가 높아지면서 얼음이 잘 얼지 않아 축제가 취소되곤 했다. 댐 수위가 높아진 것은 수자원공사측이 기후변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가뭄에 대비해 물을 많이 가둬두고 있어서다. 앞서 2022년에도 축제를 열지 못했다.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190m다. 만수위인 193.5m에 근접해있다. 축제를 개최하려면 수위를 183m까지 낮춰야 한다. 그래야 용지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홍천강 꽁꽁축제장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자 대안으로 강위에 임시시설인 부교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홍천강 꽁꽁축제장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자 대안으로 강위에 임시시설인 부교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소양강댐 방류량 확대 요청

이에 따라 인제군과 인제군문화재단은 최근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 한강유역본부,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 등 관계 기관에 소양강댐 방류량 확대를 통한 수위 조절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관계 기관은 축제 개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홍수 조절과 가뭄 등 이상기후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시점에서는 방류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기훈 인제군 관광정책팀장은 "축제를 하려면 1월 중순까지 최소 안전기준인 20㎝까지 얼음을 얼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천군도 내년 1월 중순에 ‘홍천강 꽁꽁축제’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월처럼 홍천강에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수 있어 걱정하고 있다. 당시 포근한 날씨로 홍천강에 얼음이 얼지 않으면서 메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얼음 낚시터 문을 닫아야 했다. 대신 강 위에 부교를 띄웠는데 최대 입장 인원이 500명에 불과했다.

2020년 2월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 산천어축제장에 얼음이 얼지 않아 얼음낚시터 대신 수상낚시터가 운영됐다. [연합뉴스]

2020년 2월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 산천어축제장에 얼음이 얼지 않아 얼음낚시터 대신 수상낚시터가 운영됐다. [연합뉴스]

축제 시기 조정, 부교 낚시터 확대 

국내 대표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 축제’를 주최하는 화천군도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고온이 심화하면 축제 개최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2020년 축제 당시 축제장인 화천천에 얼음이 얼지 않아 두 차례나 개막 일정이 연기됐다.

당시 축제 개막을 앞두고 최대 75㎜의 이르는 비가 내려 얼음이 모두 떠내려가면서 얼음낚시터 대신 선상낚시나 수변 대낚시로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이 때문에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지역 경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축제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홍천군은 얼음이 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부교 낚시터를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화천군은 축제 개막일을 당초 계획한 것보다 일주일가량 연기해 열기로 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관광객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