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에도 소아과 선물해줬다…고향사랑기부제 524억 돌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던 전남 곡성군은 지난 8월부터 매주 2차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하고 있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 덕분이다. 곡성군은 ‘곡성군에 소아과를 선물해달라’며 지난 5월 기부금 8000여만원을 모았다. 곡성군은 이 돈으로 옥과보건지소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을 개설하고 의료장비를 지원했다. 양헌영광주첨단메디케어의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출장 진료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진료를 받으러 2시간 이상 차를 타고 광주나 순천으로 가는 불편이 사라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재정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순항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이나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금을 내면, 기부자에게는 지역 특산품 등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역 소멸’을 막아보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주민등록 주소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 내에서 기부할 수 있다. ‘고향사랑이(e)음’ 누리집이나 전국 농협 창구를 통해 기부금을 받는다. 

지난 9월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열린 제2회 고향사랑의 날 기념식의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지난 9월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열린 제2회 고향사랑의 날 기념식의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고향사랑기부제 누적 기부금액은 524억원, 기부 건수는 43만 건에 이른다.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기부 건수는 32%가 각각 늘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439억원(기부 건수 32만건)을 모았다.

비결은 은행 등 민간 플랫폼을 활용해 모금 편의성을 높였고, 지자체 특산품이나 테니스 레슨 등 다양한 답례품을 제공한 점이 꼽힌다. 현재 국민ㆍ기업ㆍ신한ㆍ하나ㆍNH농협 등 7개 플랫폼을 통해 고향사랑기부가 가능하다. 이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수도권 지역 30~50대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기업 현장 홍보’ 등을 실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르신 돌봄 등에 쓰여

기부금은 가치 있게 쓰인다. 노인 인구가 33%를 차지하는 전남 담양군은 고향사랑기부로 모은 돈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병원 동행과 퇴원환자 통합돌봄에 사용한다. 지역 어린이 266명에게는 바이올린 등 클래식 악기도 가르쳐준다. 충남 부여군은 기부금으로 산불·수해 등 재난피해 이재민 긴급구호와 일상회복을 돕고 있다. 


원하는 사업 골라서 기부

지난 9워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2회 고향사랑의 날 행사장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가 충남 청양군의 '탁구 명문'으로 유명한 정산초등학교 학생선수와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지난 9워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2회 고향사랑의 날 행사장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가 충남 청양군의 '탁구 명문'으로 유명한 정산초등학교 학생선수와 탁구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지정기부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기부 지역은 물론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에 돈이 쓰이도록 한 제도다. 올해 총 43가지 사업이 지정기부를 시작해 7개 사업이 모금 목표치를 채웠다. 성과도 꽤 있다. 충남 청양군은 ‘탁구 명문’으로 유명한 정산초ㆍ중ㆍ고 진학을 위해 인구가 꾸준히 유입된다는 점을 고려해 탁구부 훈련 용품과 대회출전비 지원사업을 지정기부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 사업은 지정기부 시작 두 달여 만인 지난 8월 초 목표금액(5000만원)을 넘겼다. 모금액은 5338만5000원(모금률 106.8%)에 이른다.

답례품을 통해 지역 경제 기반을 재건하는 동시에 특산품을 수도권 등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전라북도 장수군 특산품인 ‘꿀이뚝뚝장수신농사과(5㎏)’는 답례품으로만 지난해 6264만원어치(2088 상자)가 팔렸다. 제주도 ‘귤로장생 고당도 노지감귤’도 5076만원어치가 팔렸다. 부산 사상구는 지역 뿌리 산업인 ‘국제상사’를 계승하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 제조 신발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체 답례품 판매액은 약 1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늘었다.

내년부터 1인당 2000만원까지 기부 가능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행안부는 현행 1인당 연간 500만원인 기부금 상한액을 2025년 2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 7곳이던 참여 플랫폼도 당근마켓과 엘지헬로비전 등을 더해 12곳으로 늘린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는 “고향사랑기부가 더 활성화하도록 지역 맞춤형 사업 개발과 인기 답례품 개발을 지원하겠다"라며 "기부자와 현장 의견을 꼼꼼하게 챙겨 많은 국민이 고향사랑기부를 더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