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만이 뉴진스를 뉴진스라 부를 수 없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와 전속계약 확인 소송 중인 뉴진스(NewJeans) 멤버 민지ㆍ하니ㆍ다니엘ㆍ해린ㆍ해인 얘기다.
이들 다섯은 지난 7일 인천광역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요아소비 아시아 투어 2024`2025 “초현실″’의 게스트로 나섰다. 일본 밴드 요아소비의 두 번째 내한 콘서트다. 뉴진스가 아닌 개인으로 각자 인사한 후 뉴진스의 노래 ‘하우 스위트’(HOW SWEET)와 ‘라잇 나우’(RIGHT NOW)를 불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룹명을 꺼내지 않은 것은 어도어와의 추후 소송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멤버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29일 자정이 넘어가면 우리 다섯 명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당분간은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뉴진스 이름에 담긴 의미가 많아 포기할 수 없다. 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긴 상표권 싸움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노래는 불러도 될까. 뉴진스가 팀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팀의 노래 또한 부를 수 없을 거라는 일각의 관측은 사실과 다르다.
작사자ㆍ작곡자ㆍ편곡자의 권리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에서 대부분 신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이 협회에 신탁관리 여부를 확인해 허락을 받는다면 라이브 공연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음악 저작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곡 사용에 따른 저작료만 내면 문제 없다고 보는 것이다.
OST, 리메이크, 광고 음악을 모두 합해 뉴진스가 지금까지 발매하고 한음저협에서 관리하는 노래는 20곡이다. 이들이 발표한 22곡 중 ‘버블검’ 일본어 버전, ‘갓즈’를 제외했다. 이들 노래 작업 대부분에 관여한 뮤지션인 GIGI(김현지), 250(이호형), 박진수는 한음저협을 통해 저작 재산권을 신탁 관리하고 있다. 해외 저작자들은 각 나라마다 저작권 관리 단체를 통해 한음저협과 상호관리조약을 맺고 있다.
황선철 한음저협 국장은 “저작재산권 이용허락과 관련해서는 협회에 위탁된 경우 협회의 이용허락만 받으면 된다. 다만 음악을 변형하여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원작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 공연이 아닌 MR(반주 음악) 사용에서는 뉴진스가 불리하다. 판례에 따르면 명확한 문서상의 증거가 없는 한 마스터권(악보 상태의 곡을 녹음해 음반이나 음원으로 만든 음악의 원본에 대한 권리)은 음반 제작비를 투자한 제작사의 고유 재산으로 인정된다. 작사자ㆍ작곡자ㆍ편곡자의 권리인 저작권과 별개로 제작사가 가진 MR 복제권 등 저작인접권을 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제작사는 어도어다.
한광수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전문 위촉 강사는 “노래를 직접 만든 원작자라도, 제작사가 그 노래로 만든 MR 파일을 이용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마스터권을 되찾기 위해 본인 음반을 재녹음한 테일러 스위프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뉴진스가 요아소비 콘서트에서 MR로 노래하고, 어도어가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배경으로 튼 것은 “전속계약은 해지하지만 정해진 스케줄은 하겠다”는 뉴진스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공연 관계자는 “요아소비의 공연 게스트 출연 계약을 어도어와 맺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뉴진스 공식 스케줄은 14일 KBS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16일 일본 TBS ‘CDTV 라이브! 라이브! 크리스마스 SP’, 25일 ‘2024 SBS 가요대전’, 27일 ‘제9회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31일 ‘카운트다운 재팬 24/25’, 내년 1월 4일 ‘39회 골든디스크 어워즈’다.
한편 뉴진스를 둘러싼 소송과 구설은 계속되고 있다.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은 2029년 7월까지 유효하다’는 주장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뉴진스는 6일 입장문에서 “‘어도어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기재돼 있다”면서 “이미 투자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어도어와 하이브에 돌려줬다”며 11월 29일부터 어도어 소속이 아님을 강조했다.
뉴진스 매니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김주영 어도어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사실도 10일 알려졌다. 김씨가 자신을 감금하고 개인 휴대폰 제출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 측은 “A씨가 회사를 배제한 채 광고주를 통해 아티스트와 브랜드 간 직접 계약 체결을 종용했다”며 “아티스트의 전속계약 위반을 돕는 심각한 해사 행위”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