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변호인 "尹, 의원들 다 잡아들이라 지시…6번 통화"

조지호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호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를 맡은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일 조 청장에게 전화로 “의원들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해”라고 직접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가 1면 톱으로 보도한 ‘이재명 무죄 준 판사도 체포 대상이었다’ 기사와 관련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휴대전화로 불러준 위치 추적 요청 15명 명단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의 이름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방첩사령관이 명단을 쭉 불러주는데 1명은 모르는 사람이길래 누군지 물었더니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무죄 선고 판사(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라고 설명해주더라”며 “정치인 등 위치정보를 달라는 건 군이 체포할 능력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조 경찰청장의 경찰 진술 내용을 전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내용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판사의 이름이) 진술 조서에는 빠졌다. 진술 100%를 조서에 쓰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포고령이 공포된 이후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조 청장 진술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대통령이 조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6번 직접 걸었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했다”며 “‘의원들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해’ 등 지시를 내리길래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참모들에게 아예 지시도 안하고 묵살했다”고 설명했다.

 

포고령 공포 후 국회를 전면 통제한 지시에 대해선 “계엄사령관이 지시에 따르라는 전화가 와서 참모들과 논의를 거쳤다”며 “형식적으로 포고령을 위반하면 우리가 구금·체포 등 처벌을 받기 때문에 (조 경찰청장이) 최소한으로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호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변호사는 이어 계엄 해제 뒤 윤 대통령과 조 경찰청장이 통화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혼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화를 받았고, 임명권자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 때문에 죄송하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아니야, 수고했어’, ‘조 청장 덕분에 빨리 잘 끝났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 변호사는 “조 경찰청장이 국회 통제, 정치인 체포를 불이행해서 계엄을 빨리 끝나게 한 ‘키맨’이었다는 걸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조 경찰청장의 두 가지 후회도 전했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계엄을 TV로 알았다”고 허위 증언을 한 내용과 계엄 사실을 알았을 때 사표를 곧바로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노 변호사는 “조 경찰청장은 계엄 당시 사표를 쓸 마음으로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구속 여부와 별개로,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든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