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에 꽂힌 尹…전직 통계청장 반박에 크게 화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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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사진 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자기가 직접 믿은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튿날인 13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고권력자가 가짜뉴스에 선동돼서 가짜뉴스의 피해자 겸 국민에 대한 가해자가 되는 세계적으로 처음인 사례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맹신론자’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실제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며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는 정치권에 널리 퍼져 있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령 후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청사 출동, 이번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공식 확인됐다. 일종의 커밍아웃이었던 셈이다.

 
정치권의 전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되기 전부터 부정선거 문제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저랑 아크로비스타에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습니다’가 첫 대화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에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던 이 의원을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CBS 라디오에서 “정권 초기 유경준 전 의원과 대통령이 언쟁이 좀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부정선거 얘기를 하니까 유경준 전 의원이 거기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을 했고,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나오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경제학 박사인 유 전 의원은 통계청장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전문가니까 조목조목 다 반박을 하니까 (윤 대통령이) 매우 화를 내더라”며 “그 뒤로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을 한 번도 못 만났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13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 2월 13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룡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선 사전투표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2020년 4·15 총선을 계기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전투표 조작을 통해 선거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런 의혹 제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투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2월 13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전투표에서 사전투표 관리관이 법에 정해진 대로 진짜 날인을 해야 한다”며 “이미 본투표장에서 그렇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본투표처럼 사전투표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절대 선관위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절대 그런 의심의 소지조차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5일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사전투표에서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며 “하나는 부정한 투표지가 양산될 우려고, 다음은 이 투표지가 투표함에 투입돼 카운트될 우려”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를 막을 방법은 선거법에 정해진 대로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지에 자신의 도장을 날인해 교부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