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탄핵만이 혼란을 종식시킬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며 “부디 내일은 탄핵 찬성 표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 “국회의원은 여야·진보·보수를 떠나 헌법을 준수하고 주권자 명령에 따라야 할 책무가 있다. 여러분이 지켜야 할 것은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아닌, 추운 거리에서 울부짖는 국민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첫 탄핵안은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의 표결 불참으로 폐기됐다. 민주당은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의사당 앞 탄핵 촉구 농성장에서 “시민들께서 적극적으로 뛰어주셔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압박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당 지침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등을 언급한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오히려 탄핵 가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민주당은 판단한다. 이 대표는 성명에서 “어제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을 향해 광기의 선전포고를 감행했다”며 “단 한시도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됨을 셀프 인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1야당 대표로서 약속드린다. 대한민국은 조속히 국정 공백 상태를 매듭짓고 국가 정상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이날 대통령 담화 비판에 화력을 집중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입법·사법·행정권을 다 장악한 후에 이 대표 (재판) 건을 한 1∼2개월 안에 다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 판사가 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는 보도(본지 12월 12일자 1면)와 관련해서다.
장경태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언급한)광란의 칼춤, 반국가적 패악질 등은 정치권에서도 안 쓰는 표현”이라며 “극우 유튜버들이 해왔던 워딩과 인식들을 그대로 드러낸 정말 최악의 담화”라고 말했다. “유신시대 같은 담화다”(전현희 의원), “모든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미치광이”(이언주 최고위원) 같은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은 야권을 총결집해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한편, 탄핵 표결 시점까지 장외 집회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개혁신당을 제외한 5개 야당 대표들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간부진도 함께 했다.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탄핵 촉구 결의문을 발표한 뒤 소속 의원들에게 ‘응원봉을 지참하고 국회 앞 집회에 자율 참여해달라’고 안내했다.
원내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만에 하나 또 부결된다 해도 3차, 4차 탄핵안을 무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내란, 직권남용,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비상 계엄 당시 상황을 제보한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김현태 707 특임단장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 보호 대상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