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부문은 언제나처럼 쟁쟁한 후보로 가득했다. 외국인 선수 중에선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와 국내파 중에선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이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한 원태인은 "시상식에 참가할까 고민했는데, 페어플레이상을 주셔서 왔다"고 웃었다.
최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그는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과 일구회 시상식에서 최고 투수상을 받았다. 당시 짧은 머리를 감추기 위해 가발을 썼던 그는 이날은 짧은 머리로 나타났다. 그는 "마지막에는 남자답게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가발을 챙겨왔지만 쓰지 않았다"고 웃었다.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유격수 부문에선 KIA 박찬호(154표)가 SSG 박성한(118표)을 제쳤다.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두 사람과 지난해 수상자인 오지환도 모두 참석했다. 오지환은 박찬호의 수상이 발표되는 순간 꽃다발을 선물했다.
박성한은 아쉽게 2위에 머물렀지만 박찬호와 함께 서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첫 번째 시상식(2021년)은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왔고, 오늘은 좀 다른 것 같다. 기대는 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받으면 유격수 자리에서 최고로 인정받았기 때문이고, 받지 못한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찬호 형은 야구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줬다. 자기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쉽게 수상을 놓친 박성한은 "다음 시즌에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 내년엔 수상하겠다"고 했다.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포수 부문도 치열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끈 강민호와 LG 안방을 든든히 지킨 박동원이 경합을 벌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객석에 앉아 수상 장면을 기다리기도 했다. 황금장갑의 주인공은 191표를 받은 강민호. 89표를 받은 박동원은 2위에 올랐으나, 무대에 올라 진심으로 축하했다.
박동원은 포수 중 가장 많은 944.2이닝 동안 LG 안방을 책임지며 도루저지율 0.250(116개 중 29개 저지)을 적었다. KBO 수비상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포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첫 수상은 아쉽게 놓쳤다.
박동원은 "민호형은 정말 좋은 선수다. 여러 기사에서 민호형과 함께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정말 훌륭한 선수 옆에서 경쟁자로 기사가 나온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혹시 공동 수상은 없을까'란 생각도 했다"고 웃으며 "올해 못 받으면 또 내년에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제가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규정 이닝이 안 돼서 후보에도 못 들어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후보로 거론돼 정말 감사하다. 열심히 박수 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