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막지말라 했다" 尹담화에…유치장 속 경찰청장 '헛웃음'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회 통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는 담화 내용에 말없이 웃음만 지었다고 변호인이 전했다.     

조 청장의 변호인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2일 조 청장을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접견해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알려주자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또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총 6번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이 과정에서 "의원들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직접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청장은 불법적인 지휘로 판단해 모두 거부했다는 게 노 변호사의 주장이다. 

국수본 관계자도 이날 취재진 브리핑에서 "이러한 지시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참모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묵살했다"며 사실상 항명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계엄 당일 국회를 통제하는 등 형법상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지난 11일 오전 긴급체포된 뒤 이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조·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4만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로 사실상 2인자인 서울청장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계엄 전 윤 대통령과 안전가옥(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게 결정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 청장과 김 청장은 계엄 발표를 앞둔 지난 3일 저녁 7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장악 기관' 등 계엄 계획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국회와 경찰의 1차 조사 등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었다. 

조 청장은 안가 회동 뒤 공관으로 이동해 아내에게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A4 용지를 찢었다고 진술했다. 김 청장도 해당 문건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런 행위를 증거인멸 시도로 판단해 지난 12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