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목폴라와 감색 양복, 그 위에 황색 패딩을 걸친 그의 옷차림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그대로였다. 그는 당시 이튿날 새벽 1시쯤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172명의 야당 의원들과 함께 처리한 여당 의원 18명 중 하나다. 김 의원은 “그날 밤의 황망함을 생각하며 일부러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 옷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다.
이런 그의 행보가 유독 주목받는 것은 그의 지역구가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영남에서 배신자 프레임은 평생 간다고 내게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보수의 배신자는 윤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게 진정한 보수의 길이라 생각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여기 서 있다”고 했다.
1인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가 뭔가.
제가 이 자리를 지킨다는 것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 아신다. 한결같이 서서 탄핵 찬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군가의 마음은 함께 움직일 것이다.
왜 탄핵에 찬성하나.
국가적 혼란이 더는 길어져서는 안 된다. 12·3 사태가 발생한 지 거의 2주가 흘렀다. 그사이 성숙한 논의와 충분한 사실관계들이 밝혀졌다. 이제는 결정해야 하고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결단이 길어지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진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어떻게 보나.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공정·자유는 물론이고 또 개방성과 포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오히려 보수의 가치를 정반대로 역행했다. 극우와 합리적인 보수 사이에서 복구 불가능한 갈라치기를 했다.
김 의원은 7일 1차 탄핵 표결에서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김상욱·김예지·안철수) 3명 중 하나였다. 다만 표결 직후 “당론에 따라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 고 밝혔다. 이후 사흘만인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비상계엄은 보수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용인할 수 없는 절대적 잘못”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입장이 바뀌었다.
비상계엄 당일부터 대통령에게 자격이 없고 빨리 탄핵 또는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만 안된 입장에서 최대한 당론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7일 당론에 따라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한 뒤 서울역을 향하던 길에 차를 돌려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진영논리 속에 탄핵을 정략으로 삼는 민주당 역시 잘한 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양 진영이 극단으로 치달아 서로를 악마화한 게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졌다.
이날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저마다 김 의원에게 말을 건넸다. 친윤계 중진 윤상현 의원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탄핵보다 단합”이라고 말을 건넸고, 이에 김 의원은 짧게 “네”라고 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의원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붉은색 목도리를 “네 마음을 안다”는 말과 함께 둘러줬다. 김 의원은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용기에 감사하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이 없는 한 대표에게 탄핵의 책임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