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가결, 방첩사령관 구속…‘내란 수괴’ 향한 수사 가속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4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구속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여 사령관은 앞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최소 수개월 전부터 윤 대통령과 계엄 선포에 관해 논의하고 포고문 초안을 검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계엄 당일 방첩사 수사관 등을 동원해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해 체포를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내란 사건, 현역 군인 첫 구속

이날 오후 4시30분쯤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여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여 사령관은 이날 오후 3시30분 열릴 예정이었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을 거부했다.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건 10일 구속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여 사령관이 두 번째다.

여 사령관에 대해 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엔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3일 밤 여 사령관이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들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적시됐다. 조지호 경찰청장,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주요 인사 15명의 위치 추적을,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군사경찰 지원을 요청하면서 내란에 가담한 혐의도 기재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고,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이어 여 사령관의 영장에도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핵심 종사자인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내란 혐의의 ‘정점’인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엔 탄력이 붙게 됐다.


탄핵안 가결로 국정 공백 부담 덜어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날 국회에선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헌법 71조에 따라 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을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가지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수사기관은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국정 공백 우려를 덜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사상 첫 사례다.

검찰은 주말까지 계엄 전후의 타임라인을 맞추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은 13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사령관은 계엄 당일 국회 현장에 있으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김정근 3공수특전여단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데 이어 이날은 안무성 9공수여단장을 불러 계엄 당일 병력 이동상황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김용현 전 국방, 진술거부권 행사 

검찰은 구속된 김 전 장관을 이날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구속 전 조사에서 계엄 관련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등 진술을 이어갔지만, 향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이고, 불법 수사에 조력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내란에 조력하는 것”이라며 “진술 거부 의사를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인 만큼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만큼 내란 수괴 혐의 입증을 위한 ‘키맨’으로 꼽힌다. 검찰은 김 전 장관뿐 아니라 군 관계자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계엄 전 준비태세와 계엄 이후 지시 내용 등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장성급 지휘관뿐 아니라 그 밑에 지시를 받은 영관급 인사들을 대거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지시가 언제 내려왔는지 타임라인을 맞춰 혐의 입증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