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저 비행기 탔는데""고생만 하다…" 통곡의 무안공항 [무안 제주항공 참사]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29일 탑승자 가족이 몰려온 무안 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서는 가족을 애타게 찾는 흐느낌과 울부짖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력을 다해 수습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1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력을 다해 수습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1

탑승자 가족 대부분은 오전부터 흘린 눈물로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TV등을 통해 뉴스를 보던 가족들은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했다. 

탑승자 가족인 최순옥(64)씨는 “(사고가 난 비행기에) 아들이랑 며느리, 아기가 다 탔다”며 “어떻게 1명도 아니고 3명이나…”라며 오열했다. 최씨는 “며느리는 제주항공 직원인데 쉬는 날이어서 같이 여행을 갔다”며 “어젯밤 11시쯤 ‘(한국으로) 출발한다’라는 전화 통화가 마지막이 됐다”고 말했다. 김모(33) 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했는데"라고 울먹였다.

같은 시각 5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도 '어떡하니'만 반복하며 손수건을 얼굴에 묻고 오열했다. 딸로 보이는 여성이 그를 안아주자 "엄마 어떡하니", "한명이라도 살아야지 어쩜 좋아", "엄마가 아들을 너무 좋아해갖고 죽었나봐" 하며 눈물만 흘렸다.

사고 발생 4시간째인 오후 1시쯤 소방 당국이 탑승객 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기로 하자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회의실에 몰렸다.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끝내자마자 회의실은 눈물 바다로 변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족 중 누군가가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서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희박해진 생존 가능성에 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한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가 하면 한 남성은 울분을 토하며 "어떻게…"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오후 2시40분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5명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빠” “아~” 등을 외치며 눈물을 쏟아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탑승자 가족들은 이날 당국의 시신 수습과 신원확인 절차가 늦어지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한 유가족은 “사고가 난 지 8시간이 넘도록 사망자 신원 확인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사고 대응본부는 물론이고 컨트롤타워조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사고에 대해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탑승객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사고에 대해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탑승객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사고 여객기에는 연말 여행에 나선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임시안치소에 안치한 뒤 가족과 상의해 장례식장으로 이송할 방침이다.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무안공항을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달라",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달라" 등 탑승객 가족 요구도 이어졌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가족들의 잇단 항의에 "알겠습니다"는 짧은 답변을 내놓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