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지원(35)씨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선물을 마련하러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회사 동료들에게 줄 초콜릿 상품 6개를 골라 계산대에 가니 3만3000원 넘는 가격이 나왔다. 김씨는 “작년에도 같은 구성의 초콜릿을 사면서 비싸다고 생각했데, 1년 만에 10~20% 이상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등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홍수 가뭄에, 5배 오른 코코아 가격

김경진 기자
하지만 지난해 여름 코트디부아르에는 평년 강수량보다 40% 이상 비가 쏟아져 홍수와 산사태가 났다. 또한 싹부종병마저 퍼져 코코아 생산량이 감소했다. 또 지난 12월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코코아 나무의 개화량이 줄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은 2022~2023년보다 13%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카메룬 모나텔레 지역의 한 코코아 농장에서 농부들이 카카오나무 열매(코코아 꼬투리)를 수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격도 치솟았다. 수십년 간 1톤(t)에 2000달러(약 290만원)대에 머물던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상승해 역대 최초로 1만달러(약 1449만원)를 돌파했다. 지난 연말에는 1만2565달러(약 1819만원ㆍ3월물 기준)까지 치솟았다.
현재 초콜릿 가격은 이런 상황이 반영돼 1년 만에 소비자 가격이 10~12%가량 오른 상황이다. 아울러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콜릿 제품 가격을 9.5%가량 추가 인상키로 했다. 대표적인 초코릿 상품인 초코 빼빼로(54g)가 2000원이 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가뭄ㆍ홍수 발생 가능성↑

김경진 기자
올해 작황도 나쁘면 내년엔 초콜릿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서아프리카는 이전까지 기온과 강우량 변동성이 적은 곳이었던 만큼, 약간의 기온 상승만으로도 가뭄과 홍수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6차 보고서에서도 향후 가뭄과 홍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코트디부아르 최대 도시 아비장에 폭우가 내려 시내 주요 교차로가 침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구 평균 기온이 2.1도 오르면 카카오나무가 멸종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일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 연구팀은 이같은 기후 변화로 2060년까지 코트디부아르·가나·나이지리아·카메룬 재배지의 50%가 소실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 지역의 침수가 잦아지고 있어 마른 땅이 습지화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라며 “습지에선 병해충이 서식하기 좋을 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메탄도 방출돼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