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봉 1.3억 직장인 감세" 野 이번엔 근소세 '표퓰리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45%→47%로 인상하는 ‘초부자 증세’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소득세 과세 표준 1억원 이하 직장인들에겐 1년 간 최대 350만원 가량의 감세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표’ 되는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한 세제 개편안인데, 여권에선 “가뜩이나 모자란 세수에 더 큰 구멍을 뚫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하위 과표 구간을 올리는 게 핵심이다. 한 의원은 지난해 12월 발족한 ‘이재명표’ 직장인 조세제도를 설계하는 월급방위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초부자는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근로소득세 개편을 시사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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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6%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1400만원 이하’ 구간을 ‘2500만원 이하’로, 15% 세율 구간의 기준점을 ‘5000만원 이하’에서 ‘6000만원 이하’로 바꿨다. 24% 세율 구간도 ‘88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올렸다. 예컨대 현재 세율 35%가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가 8800만원~1억원 이하 직장인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세율이 24%로 낮아진다. 다만 1억원 초과 30억원 이하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법 개정이 완료되면 소득세 과세표준 1억원(실 연봉 약 1억 3000만원)인 직장인은 1651만원의 소득세(지방세 포함)를 부담하면 된다. 현재 세금 1975만원에 비해 353만원의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 신설도 눈에 띈다. 기존 45%였던 최고세율보다 2%포인트 높은 47%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42%→45%로 인상됐었다. 한 의원은 “최근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고소득층의 세율을 인상하는 한편, 최근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문제는 이런 개정이 초래할 막대한 세수 감소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소득세 과표 구간을 손질하면서 ‘8800만원 초과’ 구간은 바꾸지 않은 채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4600만원 이하’를 ‘5000만원 이하’로만 소폭 바꿨다. 그런데도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 약 2조 6515억원의 세수가 줄고 ▶이런 세수 펑크는 2027년까지 5년간 13조 2573억원까지 누적될 것으로 분석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최저세율 과표를 단 200만원만 올려도 연쇄효과로 2조 원어치 세수 감소가 일어났는데, 해당 과표를 1400만원 →2500만원까지 올린다면 거의 파장이 5배는 될 것”이라며 “어림잡아도 10조원은 구멍이 날 것”이라고 했다.  

47% 세율을 적용받게 될 과세표준 30조원 이상 기업 대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 등의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재정 당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소득에서 세금을 절반 이상 물리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최고세율 47%에 지방세 4.7%와 건보료까지 더하면 절반을 훨씬 넘게 뜯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세수 펑크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잖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기재위원은 “소득세 개편은 감세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거의 40%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함께 조정하지 않으면 세수 부족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월급방위대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월급방위대 인적용역자 원천세율인하 및 직권환급도입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월급방위대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월급방위대 인적용역자 원천세율인하 및 직권환급도입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월급방위대는 이번 개정안 외에도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 ▶근로소득세 부양가족 기본공제액 현행 150만원→180만원 상향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 →30만원 상향 등 소득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급방위대 관계자는 “다양한 개정안들을 함께 살펴 충분한 논의를 거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