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부활 〈하〉 구마모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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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제1공장 바로 옆에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제2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지난 5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대 캠퍼스에서 분주히 오가는 학생들 사이로 휘날리는 플래카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4월 일본 최초로 세운 반도체학과 얘기였다. 반도체학과가 들어선 공대 건물 옆엔 ‘클린룸’을 갖춘 산학 연계 연구개발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본 정부가 지원에 나선 곳이다.
이하라 도시히로(井原敏博) 구마모토대 공대 학장은 “학부에 반도체 교육 조직이 생긴 건 일본 최초”라며 “대만 TSMC가 오면서 규슈 지역에서만 매년 1000명 이상 반도체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 전역에서 온 반도체 전문가들이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대는 신학기(4월 시작)부터 반도체 대학원 과정도 개설한다. 반도체·정보 수리 전공 분야로 모집인원은 박사전기과정(석사과정) 120명, 박사후기과정 22명이다. 이하라 학장은 “올봄 건물이 준공되고 최첨단 기기들이 들어서면 교육 환경이 더욱 정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 기술진이 규슈대에서 강의하는 모습. TSMC는 일본의 반도체 인재 양성도 지원하고 있다. [사진 규슈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27/c2d6b96b-e102-43ec-88bb-97c51f0925a5.jpg)
TSMC 기술진이 규슈대에서 강의하는 모습. TSMC는 일본의 반도체 인재 양성도 지원하고 있다. [사진 규슈대]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1995년만 해도 일본의 반도체 인력은 23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대만·중국이 약진하는 사이 뒤처지면서 반도체 인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2023년 기준 반도체 인력은 약 19만 명, 28년 새 4만 명의 ‘전력’이 사라진 셈이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추산한 부족 인력도 향후 10년간 약 4만 명이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 정부는 일본 전역에 7개 반도체 거점 대학을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부과학성이 매년 1억 엔(약 9억원)을 지원하고, 반도체 제조 장치를 사용한 실습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뒤처진 반도체 설계 분야를 위해 별도로 1600억 엔(약 1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의 절실함은 속도에서 묻어난다. 일본 정부는 첫 반도체학과 개설을 위해 통상 4~5년 걸릴 일을 2년 만에 끝냈다. 마쓰다 모토히데(松田元秀) 구마모토대 반도체디바이스공학과정 교수는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빠른 속도로 반도체학과 과정을 만들었다”며 “일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대 반도체학부 과정에선 후공정인 패키징까지 가르친다. 설계 부분은 필수 선택 과목으로 지정했다. 구마모토대는 반도체 관련 교원 수도 24명에서 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학생들에겐 인턴십과 장학금을 제공한다. 아오야기 마사히로(青柳昌宏) 구마모토대 촉탁교수는 “과거에는 기초 교육만 했지만, 이제는 실전 기술까지 가르친다”며 “석사과정까지 마치면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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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TSMC는 교육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TSMC 기술진은 규슈대 반도체인재육성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현장 수업을 들은 대학원생은 약 30명이었다. 약 90분, 총 8회에 걸친 수업은 올봄에도 이어진다. TSMC 기술진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와 디자인 3D(3차원) 패키징 등을 가르치는데, 규슈 지역 8개 제휴 대학원 학생들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총 200명이 수업을 들었다. 가나야 하루이치(金谷晴一教) 규슈대 교수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TSMC 기술자들이 강의한다”며 “수업은 일본어로 하지만, 수업 자료는 모두 영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대학들도 반도체 교육을 시작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규슈에서 부족한 반도체 인력 1000명을 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TSMC가 요코하마(2020년)와 오사카(2022년)에 연달아 디자인센터를 세우는 등 일본과의 협력이 단순 반도체 생산 차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 반도체 전문가인 야마다 슈헤이(山田周平) 오비린대 대학원 특임교수는 “TSMC는 일본이 제1공장을 예정보다 빨리 완공하는 등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런 분위기로 인해 TSMC가 제2공장에 이어 제3공장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