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도, 지난해도 교량 상판 '와르르'…후진국형 사고 반복 왜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들이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연결공사 교량 붕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들이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연결공사 교량 붕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 25일 발생한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9공구) 건설 현장 사고 전에도 교량 상판 붕괴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 2017년 평택 국제대교에 이어 지난해 경기 시흥 교량에서도 상판이 붕괴하는 ‘후진국형 사고’가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에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 흔들린 탓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사고에서 사고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적됐던 설계 단계 검토 부족, 시공 미흡, 안전 관리·감독 미비 등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라고 불리는 교량 상판 구조물을 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업체가 다리를 만들 때 쓴 방법은 ‘DR거더(상판) 런칭 공법’이다. 바닥 판과 가로 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현장 공정을 단순화한 방법으로 업계에선 흔한 공법으로 통한다. 산비탈에서 런처를 통해 상판을 밀어 교각 위에 얹는 방식으로, 런처는 교각 위를 수평으로 오가면서 상판을 미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당시 상판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거더를 제 위치에 놓으려면 작업하기 좋은 데서 밀어야 하는데 상판의 양 끝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아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안정한 상태의 상판이 크레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안전조치가 매뉴얼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안 교수는 “거더를 미는 런처를 빼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장에서 매뉴얼을 지켰다면 절대 사고가 났을 리 없다며 “안전에 대한 교육이 안 됐거나 런처를 작업하는 사람이 제대로 숙련된 사람이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8월 26일 평택 국제대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상판 붕괴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2017년 8월 26일 평택 국제대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상판 붕괴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난 2017년 8월 발생한 경기도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나 지난해 발생한 경기 시흥 교량 사고처럼 설계와 시공, 관리·감독 등이 총체적으로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 모은다. 당시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평택 국제대교 사고는 설계 단계에부터 다수의 결함이 발견됐다. 거더의 전단강도(자르는 힘에 저항하는 강도)를 잘못 계산했고, 현장에 필요한 파이프 공간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의 핵심 공정이 공사 시방서에 빠지기도 했다. 시공 단계에서도 상부 거더와 벽체를 잇는 이음부가 제대로 접합되지 않는 등 결함이 발견됐다.


지난해 4월30일 발생한 경기 시흥 교량 붕괴도 마찬가지였다. 실적 없는 특허공법 기술이 쓰였음에도 검토가 부족했고, 시공 현장에선 안전 관리 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번 사고 역시 공사 단계별 지켜야 할 규칙이 지켜졌는지 아닌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설계 도면이 교량 설계 기준에 맞춰서 설계됐는지, 그 도면대로 상판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철근 개수가 정확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지난 평택 사고 때에도 시방서에 정보가 빠졌는데, 이번에도 시방서에 맞게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 원칙 지키지 않아 자칫 다수의 인명피해를 낼 수 있었던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기술적 원인으로만 접근하면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공사 기간이 충분했느냐, 불법 하도급 여부, 공사비는 적절했는가, 현장 기능공의 역량은 충분했는지 등 확인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검증 절차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