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구내식당, 회의실엔 도·감청 방지…헌재 8인 비밀회의 돌입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헌정 역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25일 종결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대행을 포함한 재판관 8인은 26일부터 ‘파면’ ‘기각’ 중 한 쪽의 결론을 도출하는 비공개 평의 절차에 돌입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탄핵 사건의 중요도와 파장 등을 고려해 인용이든, 기각이든 ‘만장일치’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평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땐 재판관별 찬·반 의견을 비공개했다.

‘파면’은 6명 이상 찬성해야…3명 이상 반대면 기각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해 ‘파면’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탄핵의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2항에 따른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으로 구성돼 있어, 3명 이상이 반대하면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없다. 1명 또는 2명의 반대의견을 포함해 파면 결정이 내려질 경우, 반대한 재판관들은 소수의견을 별도로 결정문에 적게 된다.

 
다만 탄핵 심판 사건의 중요도와 파장 등을 고려해, 인용이든 기각이든 만장일치의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평의를 계속하며 재판관들의 의견을 모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선 만장일치에 이르기 위해 논의하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간 진행된 심리 과정에서 제시된 주요 쟁점에 대한 증거가 비교적 확고하지만, 세부 진술에서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어느 쪽을 더 믿을 지’ 이견이 있을 거라 보는 시각이 다수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이었다는 ‘대통령의 주관적 판단’을 얼마나 인정할 지도 변수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찬반이 4대 4로 나눠진 점 등을 들어 ‘재판관 전체의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해석을 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종결 14일 뒤, 사안이 더 복잡하고 쟁점이 많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변론종결 11일 뒤에 선고 기일이 잡힌 전력이 있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 행위가 앞선 두 대통령보다는 명확하고 단순하더라도 논의 과정이 짧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현재로선 변론종결 2주 뒤를 전후해 선고기일이 잡힐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평의는 재판장보다 주심…결정문 작성 시간도 관건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의 과정에서는 주심의 의견이 가장 영향력이 크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전원합의체를 조율하는 대법원과 다르게, 원칙상 헌법재판소장 내지는 권한대행은 평의에서는 다른 재판관들과 같은 지위의 ‘재판관 1인’일 뿐, 별도의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거나 의견에 가중치가 붙지는 않는다. 반면 사건을 가장 꼼꼼히 들여다보고 쟁점을 정리해 종합 의견을 제시하는 주심의 판단이 재판관들에게는 가장 주요하게 여겨지는 편이다. 주심의 판단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의견을 낼 지라도, 주심이 정리한 쟁점과 판단 근거는 이를 바탕으로 추가 논쟁이 이뤄지는 기준점의 역할을 한다.

재판관 전원이 모여 진행하는 평의 절차는 주심 재판관이 그간 다뤄진 논쟁을 바탕으로 요약 보고 및 자신의 판단을 제시한 뒤, 가장 최근 취임한 재판관부터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된다. 쟁점에 대한 판단은 물론 최종 결론에 대한 평결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통은 헌재소장이 가장 마지막에 의견을 밝히지만 지금은 공석이고, 현재 재판관 8명 중 가장 최선임이자 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문형배 재판관이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의견을 밝히게 된다.

 
결정문 작성도 주심 재판관이 주도한다. 통상의 사건은 주심 재판관과 사건 담당 연구관이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 뒤, 회람하며 수정 및 별개‧보충‧반대 의견 등을 추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주심이 소수의견에 설 경우 다수 의견 재판관 중 한 명이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다만 이번 대통령 사건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여러 부서의 연구관들을 한데 모은 TF에서 재판부의 지시에 따라 사건 심리와 관련된 사항을 모두 처리하고 있다. 결정문 작성 과정에서도 주심뿐 아니라 재판관 전원의 총의가 평소보다 더 중요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구내식당서 밥 먹고 도·감청 방지시설서 회의…‘철통 보안’
재판관들은 물론 연구관들도 선고 때까지 외부인 접촉을 철저히 하지 않고, 식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평의를 진행하는 회의실은 도ㆍ감청 방지장치까지 설치하는 등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재판관들은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거주지에 대한 경찰의 특별 밀착 경호를 받고 있다.

현재 헌재에선 다수의 탄핵 사건 등 심리가 진행 중이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TF를 포함해 대다수 직원이 야근을 계속 하는 중이다. 자료 조사·정리 및 재판 관련 연구 보고서 작성 등으로 연구관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어, 이로 인해 결정문 작성 시간이 다소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