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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의 애플 실험실에서 애플 자체 모뎀칩 C1을 장착한 아이폰 16e을 테스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마트폰 칩 독점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통신 칩의 퀄컴, 이미지센서(CIS)의 소니, 메모리의 삼성 등, 시장을 과점한 최강자의 견고한 울타리에서 하나씩 탈주자가 나오고 있다. 애플·화웨이 같은 폰 제조사가 핵심 칩을 직접 만들고 중국 반도체가 빠르게 성장하며, 모바일용 칩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소니·삼성 위협하는 윌세미, 시진핑 맞은편에
레이쥔(샤오미)·왕촨푸(BYD) 회장 사이에 앉은 그는 중국 반도체 대부로 꼽히는 위런룽 윌세미(웨이얼 반도체) 회장이다. 이날 CATL, BYD,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텐센트, 딥시크, 유니트리 등 쟁쟁한 참석 기업 중 반도체 팹리스는 윌세미가 유일했다.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 베이징에서 주재한 민간 기업 심포지엄에 위런룽 웨이얼 반도체 회장이 참석했다.다. 시 주석 맞은편 노란 원으로 표시한 이가 위 회장. 신화통신=연합뉴스
그의 당당함에는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CMOS(금속 산화막 반도체) 이미지 센서(CIS) 중국 국산화의 선두 주자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 성능과 화질을 높여주는 반도체인 CIS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강화되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IS 시장은 일본 소니(45%)와 삼성전자(19%)가 오래 과점했으나(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최근 중국 업체가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유통업체로 시작한 윌세미는 지난 2019년 CIS 시장 3위 업체인 미국 옴니비전을, 2020년 미국 시냅틱스의 터치 디스플레이 구동칩(TDDI) 아시아 사업부를 인수하며 기술·인력을 키웠다. 저가 스마트폰에 쓰이던 옴니비전 CIS는 최근 아너, 화웨이, 샤오미의 최고 사양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은 소니, 삼성 갤럭시는 자사 CIS를 사용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고사양 CIS를 소니·삼성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윌세미가 소니와 삼성의 시장을 야금야금 파먹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윌세미는 매출 기준 세계 9위 반도체 팹리스다(트렌드포스 조사).
퀄컴 지배 깨지는 모뎀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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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모뎀 칩에는 반도체 설계 기술뿐 아니라 통신 전문성도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그간 스마트폰 제조사 중 삼성전자와 화웨이 정도만 자체 모뎀 칩을 쓰고 애플은 퀄컴에 의존했으나, 이번에 애플이 자립의 첫발을 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 프로젝트를 2018년 시작했다. 애플은 퀄컴과 모뎀칩 특허료를 놓고 소송을 벌이다 2019년 패소했다. 사내에서조차 “우리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모뎀 칩을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반대가 나왔지만, 애플은 2019년 인텔의 모뎀 사업부를 인수하며 자립 의지를 불태웠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모뎀 칩 개발이 “수천 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결과물”이라고 보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와이파이 칩도 직접 개발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AI 기능으로 부품 사양 오르고, ‘최적화’ 절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애플은 C1을 보급형 폰에 탑재해 성능을 시험·보완하고, 앞으로 AP와 모뎀을 하나의 칩으로 합치거나 최적화해 효율·성능을 높여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삼성이 메모리·시스템·파운드리를 갖춘 종합반도체회사(IDM)의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이익률이 낮아지는 추세라 애플처럼 소프트웨어·서비스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공략해야 하고, 반도체도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칩렛 등으로 고부가가치 시장 비율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