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 만에 홍역 사망자 발생…백신 미접종 아동 희생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EPA=연합뉴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10년 만에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텍사스주 서북부 러벅시 보건당국은 26일(현지시간) 최근 이 지역에서 유행 중인 홍역과 관련해 첫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홍역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AP통신,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매체들은 최근 미국 내 어린이 백신 접종률 감소와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속에서 홍역 사망 사례가 발생하며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홍역 발병은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조지아,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로드아일랜드, 텍사스 등 8개 지역에서 보고됐다.


이 가운데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텍사스주에서는 지난달 하순 이후 전날까지 총 124건의 홍역 사례가 확인됐다.

텍사스주 환자의 연령대를 보면 5∼17세 아동·청소년이 62명으로 가장 많았고 0∼4세 유아가 39명, 18세 이상이 18명이었다.

이들 중 5명(4%)만 백신을 접종했고 나머지 96%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AP통신은 텍사스의 홍역 환자 대부분이 어린이이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시골 지역의 메노파교(기독교의 한 분파) 공동체에서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러벅시 인근 게인스 카운티에서는 8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홈스쿨링과 사립학교 교육이 활발한 곳으로 지난해 학령기 아동의 약 14%가 필수 백신 접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필수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 출신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이날 열린 트럼프 행정부 첫 각료 회의에서 홍역 사망자 발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매일 홍역 전염병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들어 여러 건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면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이 "드문 일은 아니다"(it's not unusual)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역 백신 보급이나 연방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역시 별다른 성명을 내지 않았으며 CDC는 웹사이트에 홍역 사망자 발생 사실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이날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홍역 사망자가 2명이라고 잘못 말했으며 이후 연방 기관 대변인이 이를 정정해 사망자는 1명이라고 발표했다.

홍역은 호흡기 감염으로 전염성이 강하며 발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실명, 폐렴, 뇌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린이가 특히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접종이 홍역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