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1조1023억달러로 전년 말(8103억 달러)에 비해 2920억 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대비로는 1245억 달러 늘었는데 전년ㆍ전기 대비 증가 폭 모두 역대 최대다. 2023년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 달러를 상회한 국가는 일본ㆍ독일ㆍ중국ㆍ홍콩ㆍ노르웨이ㆍ캐나다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해외 투자 등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인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으로, 한국의 대외지급 능력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2조 4980억 달러)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1367억 달러)를 중심으로 전년 말 대비 1663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부채(1조3958억 달러)는 비거주자의 국내증권투자(-1180억달러) 감소로 전년 말 대비 1257억 달러 줄었다.
특히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역대 최대인 데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잔액을 처음 넘어섰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국내외 증시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크게 줄어든 사실도 순대외금융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감소폭은 역대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크게 늘었다가 하반기 들어선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
외환보유액과 함께 대외충격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흑자 전환(809억 달러)한 뒤 10년 새 13배 늘었다. 무엇보다 3대 공적연금(국민ㆍ공무원ㆍ사학연금)과 한국투자공사의 해외 투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국내외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비중을 2023년 말 50% 이상으로 늘렸고, 2028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2019년부터 서학개미 투자 열풍이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 투자가 늘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자금이 국내로 되돌아올 때 환율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달러 빚인 단기외채는 1469억 달러로 전년 대비 62억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5.5%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과거 대비(2019~2023년 중 37.1%)로는 낮은 수준이다.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도 21.9%로 1년 새 1%포인트 올랐지만, 과거보다는 낮다. 박 팀장은 "단기외채 비중이 커진 것은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단기 차입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2023년에 비중이 크게 줄어든 뒤 소폭 반등했기 때문에 2019년∼2023년 평균 27.5%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관련 자료를 내고 “단기외채 비중과 비율 모두 전년 말 대비 다소 상승했으나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외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2024년 말 기준 171.8%로 규제 비율인 8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신정부 정책 파급 영향 및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지정학적 불안 등 영향으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부는 관계기관 간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대외채무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