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유랑 끝냈다…돌아온 경복궁 선원전 편액 첫 공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경복궁 선원전 편액(글씨를 써서 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이 공개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환수했다.  현판은 1868년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낸 신성한 공간이다. 뉴스1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경복궁 선원전 편액(글씨를 써서 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이 공개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환수했다. 현판은 1868년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낸 신성한 공간이다. 뉴스1

빛바랜 단청 테두리 안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선원전’(璿源殿)이라는 세 글자. 1868년 고종이 경복궁을 재건했을 때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모신 공간에 걸었던 편액이다. 일제강점기에 경복궁이 훼철되면서 어느 틈엔가 사라졌던 선원전 편액이 약 100년 만에 돌아와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은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선원전 편액을 언론에 공개했다. 가로 312㎝, 세로 140㎝의 육중한 편액은 세월의 때를 타긴 했어도 심각한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네 모서리마다 구름 무늬 장식으로 멋을 부린 것이나 상서로운 칠보 무늬를 두른 단청 테두리는 이 편액이 격이 높은 전각용임을 드러냈다.  

환수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상단 좌우 테두리 모습. 구름 모양 봉 조각이 장식돼 이 편액이 격조 높은 전각용이란 걸 드러낸다. 사진 국가유산청

환수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상단 좌우 테두리 모습. 구름 모양 봉 조각이 장식돼 이 편액이 격조 높은 전각용이란 걸 드러낸다. 사진 국가유산청

일제강점기 당시 경복궁 선원전을 찍은 유리건판 사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일제강점기 당시 경복궁 선원전을 찍은 유리건판 사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환수 업무를 진행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하 재단)의 김정희 이사장은 “2012년에 재단이 설립된 이래 많은 문화유산을 환수해 왔고 지난해에도 11건 25점의 성과를 냈지만, 이번 편액 환수는 희귀한 왕실 유물이란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 유물은 2023년 11월 일본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다. 이를 사전에 파악한 재단 측이 경매사를 통해 소장자를 설득, 물밑 협상을 통해 지난해 2월 환수에 성공했다. 소장자의 신원이나 유물 입수 경위는 파악된 바가 없다고 한다. 다만 경매사에 따르면 소장자는 이 편액이 한때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1852~1919)의 소유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선원전 전각 자체는 1932년 서울 장충동에 있던 박문사(博文寺)를 짓는 데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문사는 1945년 소실됐다.


재단의 강혜승 유통조사부장은 “국내 반입 이후에도 1년 가까이 편액 유출 경로를 면밀히 조사했지만 소장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문헌이나 사료를 찾지 못했다”면서 “(경복궁 훼철 당시) 매각된 전각들에 대한 연구는 향후에도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편액 환수는 글로벌 게임 개발업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에 힘입었다. 이날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는 “게임도 문화의 일부이며 현대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라이엇게임즈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에 지금까지 약 100억원을 기부했고 그 가운데 36억원이 재단의 문화유산 환수·활용에 쓰였다.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경복궁 선원전 편액' 언론공개회에서 유물의 환수를 후원한 라이엇게임즈의 조혁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경복궁 선원전 편액' 언론공개회에서 유물의 환수를 후원한 라이엇게임즈의 조혁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106주년 삼일절을 앞두고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선보이게 돼 감회가 깊다”면서 “앞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을 통해 편액을 관리하면서 국민들이 학술·전시 등으로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칠보무늬 테두리에 검은 바탕 황금 글씨 '최고 권위'
경복궁 선원전 편액. 사진 국가유산청

경복궁 선원전 편액. 사진 국가유산청

 이번에 환수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경복궁 재건 당시 전각에 걸려 있던 '원본 유물'이란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 현재 경복궁 전각은 상당수 복원된 것으로 고종 당시 편액이 전해지는 것은 근정전과 영추문 등 손꼽을 정도의 숫자다. 

 27일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구본능 단청기술연구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편액은 테두리 형태에 따라 편형·궁양형·모판형·사변형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격이 떨어지는 편형은 테두리가 없고, 이보다 높은 궁양형은 끝모서리를 둥글게 장식한다. 더 상위인 모판형은 전체적으로 더 넓고 테두리를 빗변으로 크게 붙인다. 사변형은 모판형에다 사방의 조각이 튀어나온 형태를 덧붙이는데 가장 격조가 높다.

편액의 바탕과 글씨 색깔에 따라서도 격이 갈린다. 가장 높은 것이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 글자를 새기는 것으로 경복궁의 '광화문'과 '근정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 소장은 “이번에 환수된 편액은 사변형 테두리에 검은 바탕 황금 글씨일 뿐 아니라 테두리에 두른 단청 무늬도 가장 격조 있는 축에 속한다”면서 “여러 현장 실사를 통해 이 편액이 지금은 사라진 경복궁 선원전에 걸려있던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