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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의 한 라쿠텐 모바일 가맹점. AFP=연합뉴스
일본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도움을 받아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타인 명의로 이동통신 계약을 맺은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중고생들이 체포됐다고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도쿄 등 일본 수도권을 관할하는 경시청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도쿄 다치카와시, 시가현 마이하라시, 기후현 오가키시 등에 거주하는 14~16세의 중고생이다.
서로 떨어져 사는 이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며 친해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 행각과 능력을 온라인상에서 자랑하고 주변의 존경을 받겠다며 범행을 모의했다.
우선 텔레그램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20억 건이 넘는 ID-패스워드 조합을 사들였다.
이들이 사들인 ID-패스워드 조합은 어떤 사이트에 이용됐는지 등의 정보가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조합을 여러 사이트에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범행을 기획했다.
목표가 된 것은 일본의 주요 인터넷 쇼핑 업체인 라쿠텐(楽天)의 계열사로 2020년부터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지정된 '라쿠텐모바일'이었다.
라쿠텐모바일은 인터넷 기업답게 직접 매장 등을 방문하지 않고도 손쉽게 온라인으로 회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라쿠텐 통합 ID를 가진 사람은 최대 15개 이동통신 회선에 가입할 수 있다.
학생들이 다음에 착수한 것은 이미 구입한 ID를 이용해 이 통신사에 접속한 뒤, 회선 가입까지 마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이 이용한 것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였다. 이들은 챗GPT로 만든 접속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난해 5~8월 끊임없이 접속을 시도한 결과, 11개의 ID로 총 105개의 이동통신 회선을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개통한 회선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뒤 750만엔(약 7200만원) 상당의 암호자산을 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동통신 회선은 실 소유자를 알 수 없는 이른바 '대포폰'으로 다른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경시청은 학생들을 부정액세스금지법 위반과 컴퓨터사용 사기 등 혐의로 체포하고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회선 구입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