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은 대기업 입사를 선호하는데, 취업 상황은 더 나빠졌다.
27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41.3%가 “미정”이라고 답했다.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곳도 19.8%였다. 1년 전보다 각각 3.9%포인트, 2.7%포인트 늘었다.
채용 계획을 밝힌 회사 중에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경우가 5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줄인다”(28.6%), “늘린다”(12.2%) 순이었다.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11.8%), “고용 경직성에 따른 구조조정 어려움”(8.8%) 순이었다.
경기 불황을 맞은 업종이 채용에 더 부정적이었다. 업종별로 건설(75.0%), 석유화학·제품(73.9%), 금속(66.7%), 식료품(63.7%) 순으로 채용이 없거나, 미정인 회사 비중이 컸다.
채용하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업무 경력을 쌓았다가 신입 사원으로 재입사하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풍토가 뚜렷했다. 상반기 채용 시장 변화 전망에 대해 기업들은 “수시 채용 확대”(19.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고신입 선호 심화”(17.5%), “조직문화 적합성 검증 강화”(15.9%), “경력직 채용 강화”(14.3%), “인공지능(AI) 활용 채용 증가”(13.5%) 순이었다.
지난 1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펴낸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300명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대졸 초임(연봉)은 초과급여 제외 시 연 5001만원, 초과급여 포함 시 연 5302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체 대졸 초임 평균(3675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기업 취업 문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 우려로 기업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며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기업의 고용 여력을 넓히는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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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