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었지만 번 만큼 안썼다" 소비성향 10분기만에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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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사진 김원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짠물 소비’ 경향이 나타나면서 내수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가계가 실제 소비·저축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역대 최대를 보였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이 비싸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10분기 만에 최저치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 증가했다. 6분기 연속 늘었다. 근로소득(2.3%)·사업소득(5.5%)은 물론,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따라 이전소득(5.6%)도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20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소비지출도 391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며 16분기 연속 증가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기간이다. 그러나 지출 증가 폭(2.5%)은 소득 증가 폭(3.8%)에 미치지 못했다. 4분기 소비지출 증가 폭은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낮다.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은 “소비지출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다”며 “자동차, 가구, 통신 장비 등 고가의 내구재 위주로 소비지출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동차 구입이 1년 전보다 29.0% 줄어드는 등 교통 항목의 지출(-9.6%)이 큰 폭으로 줄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3.7%)·통신(-2.4%) 등에서도 감소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에 처분가능소득에서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69.0%로 전년 동기보다 1.1%포인트 감소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1분위(하위 20%)에서는 4.3%포인트 늘어난 반면 5분위(상위 20%)에선 2.8%포인트 줄었다. 고소득 가계의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2분기 연속 돈을 번 것보다 덜 쓰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사회적 불확실성(계엄 사태 등)도 일부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가 위축되면 문 닫는 기업·자영업자가 늘면서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킨다. 이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한편 소득분배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8배로 1년 전(5.30배)보다 하락했다. 배율이 작을수록 빈부 격차가 줄어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