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 챙기는 ‘초등 가장’ 눈물 줄어든다…가족돌봄아동 지원법 통과

지난해 12월 17일 초등 1학년 박유진(가명) 양이 하교 후 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 들어보이고 있다. 영락없는 여덟 살 아이 모습이지만, 돌봄을 받아야할 시기에 몸이 아픈 어머니와 두살배기 여동생을 챙기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12월 17일 초등 1학년 박유진(가명) 양이 하교 후 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 들어보이고 있다. 영락없는 여덟 살 아이 모습이지만, 돌봄을 받아야할 시기에 몸이 아픈 어머니와 두살배기 여동생을 챙기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위기에 처한 가족돌봄아동을 지원하는 첫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던 13세 미만의 '어린 가장'도 정부 지원 대상으로 명문화하면서 이들의 어려움이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등 10건을 병합 심사한 것이다.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과 청년을 위한 전담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효자' '효녀'라는 명목 하에 아픈 가족의 돌봄 책임을 온전히 떠안은 영케어러(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에 대한 공적 책임을 명시한 첫 법안이다. 2021년 대구 청년의 간병 살인으로 영케어러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지 4년 만이다.

그동안 가족을 돌보거나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아동과 청년은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특히 가족돌봄아동은 저소득 가구 지원을 받긴 했지만, 가족이 아닌 본인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도움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원법이 새로 마련되면서 가족돌봄의 굴레에 놓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특히 연령 하한을 따로 두지 않고, 34세 이하 영케어러를 모두 지원한다. 각종 정책에서 소외됐던 최대 2만4000여명(2021년 추정치)의 13세 미만 가족돌봄아동도 법적 테두리에 들어오는 셈이다. 〈중앙일보 2월 3일자 1·8면 참조〉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들이 통과되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들이 통과되는 모습. 연합뉴스

가족돌봄아동의 눈물

앞으로 가족돌봄아동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 꾸려진다. 지금껏 별도 지원 기관이 없어 도움받기가 어려웠던 이들이 발굴·신청·상담 등을 거쳐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초중고 교사 등과 연계한 위기아동·청년 발굴 체계도 도입된다. 여기엔 실업 급여 이력, 건강보험료 납부 기록 등 공공데이터도 활용된다.

또한 가족돌봄아동에겐 본인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기돌봄비가 지원된다. 아픈 가족을 위한 돌봄서비스도 강화된다. 고립·은둔 청년 등엔 고립도 진단 후 일상회복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번 법안은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초록우산은 법안 통과 후 "이번 법 제정은 가족돌봄이 더 이상 개인의 헌신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할 책임으로 인식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돌봄의 부담과 책임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소외된 아이들을 더는 묵인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편 이날 다른 복지부 소관 법안들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8건이다. 이 법안은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병원 간 전원 조정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