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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경제특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피에르 에밀 비오의 모습. 사진 RFA, 본인 제공
RFA에 따르면 프랑스 국적의 피에르 에밀 비오는 지난 20일 중국 연길에서 출발해 나선 경제특구를 4박 5일 일정으로 돌아보는 단체관광 상품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나선 경제특구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1년 지정한 특별경제구역으로,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맞댄 함경북도 북동부에 있다. 그가 이용한 투어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의 상품으로 2월 중순에 안내한 1인당 가격은 705유로(약 110만원)다.
비오와 일행은 중국 길림성 동북부에 위치한 연변자치주 주도인 연길에서 모여 북한 국경으로 이동한 후 ‘원정대교’라고 불리는 두만강대교를 통해 나선 특구로 이동했다고 한다.
북한 입국 절차는 수월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위생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고 비오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 측에서는 상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며 절차도 비교적 원활했다”며 “다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백신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체온을 측정하고, 가방 소독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비오 일행은 나선 특구의 해안 공원, 비파섬, 룡성맥주공장, 사슴 목장, 나선 소학교 등을 둘러봤으며 태권도 공연을 관람하고 김치 만들기도 체험했다.
북한은 관광객들에게 대동강맥주와 두만강맥주 등 지역 맥주를 식사 때마다 제공했다고 한다. 비오는 “맥주가 예상보다 맛있었다”며 “우리는 하루에 거의 5병 이상을 마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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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RFA
관광객들은 나선 특구의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발급받았지만, 실제 상점에서는 거의 쓸 수 없었고 중국 위안화를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는 “25위안(약 5000원) 정도를 충전해 봤으나,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고, 위안화가 주요 결제 수단이었다”고 했다.
호텔 내 와이파이 역시 신호가 약해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으며, 유일하게 접속이 가능했던 곳은 중국·러시아 국경 인근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정 중에 북한·러시아 국경의 ‘조러친선각’ 방문도 포함되는 등 북러 간 밀착 기류를 관광 중에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일행 중 몇몇이 북한 가이드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관해 질문하자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사람들이 파견되고 있다”라는 식의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고 비오는 기억했다.
북한은 아직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았으며 내부에도 파병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에 이미 파병 소문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져 가이드가 실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관광객들이 나선 시내 중심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묵념해야 했다면서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했기 때문에 모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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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함께한 여행객들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사진 RFA
투어 기간 북한의 애국심과 김정은 우상화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비오는 “가이드들이 자주 ‘우리 위대한 지도자가 결정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김정은이 국민들에게 주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업적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어의 규모나 국적 구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비오가 RFA에 제공한 김일성·김정일 동상 헌화 당시 사진을 보면 대부분 서방 국적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경을 개방한 후에도 러시아 관광객만 받았을 뿐 최근까지 다른 외국인 단체관광은 허용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대로라면 이번에 처음으로 서방 외국인 대상으로 단체관광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단, 한국인과 미국인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