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나선 배우 겸 영화감독 방은진을 7월 30일 신문로 에무시네마에서 만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화제 얘기가 나온 건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에요. 남북한이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리고 교황이 ‘전세계 평화올림픽’이라 언급해주시면서 무드가 상승했죠. 강원도만이 표방할 수 있는 ‘평화’란 유산을 잇고자 했습니다.”
오는 16일 강원도 평창‧강릉 일원에서 닷새간 개막하는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방은진(54) 집행위원장 말이다. 연극 배우 출신으로 1994년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으로 스크린 연기 데뷔, ‘오로라 공주’ ‘용의자X’ ‘집으로 가는 길’ 등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해온 그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 출범한 강원영상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토대부터 함께 닦아온 게 인연이 됐다.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스페셜포스터. [사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2fe011d8-227a-4c70-b780-cf00d1f0d83b.jpg)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스페셜포스터. [사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북한에 관한 국내 최대치 영화제"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최를 추진해온 방은진 강원영상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 강원도민일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0504b02d-0d0e-4962-974a-6c769f842c78.jpg)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최를 추진해온 방은진 강원영상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 강원도민일보]
개막작…철새 덕에 상봉한 이산가족 실화
![올해 개막작에 선정된 북한영화 '새'. [사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284b4398-0881-4903-8d1f-85737db9d5fd.jpg)
올해 개막작에 선정된 북한영화 '새'. [사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
평양 시내를 비롯한 북한 명소와 백두산 풍광, 주민 실생활 모습을 360도 VR(가상현실)로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2013년부터 직접 북한에 가 작업한 영상이 바탕이 됐다. 개성공단의 10여년을 담은 전시, 북한 촬영 경험이 있는 외국 영화인들의 토크도 열린다.
![최초의 남북한 공동제작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 [사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91e03483-578a-4328-b2a2-38e99bbae306.jpg)
최초의 남북한 공동제작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 [사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금강산 폐막식 개최는 불발
방 위원장은 지난해 문 이사장이 노무현재단을 통해 10‧4선언 기념행사에 방북하고, 북한 유소년축구단이 강원도를 찾았을 때 등 북측에 여러 번 초청 의사를 밝히며 비공식적으로 긍정적인 기류를 읽었다고 했다. 올해 초 하노이 북미회담부터 북측 반응이 급속히 냉각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해 화해무드 속에서 여러 계획을 세웠죠. 북에서 영화를 찍자, 김정일 영화수장고를 열자, 이만희 감독의 ‘만추’같이 남측에서 유실된 필름을 찾아보자…. 갑자기 ‘시계’가 멈춘 게 하노이 직전부터예요. 강원도와 현대아산이 계획한 금강산 폐막식 등 모든 구상이 어그러졌죠.”
![이만희 감독, 신성일과 문정숙 주연 영화 만추(1966). [사진 조희문 교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51a9019a-dde6-4333-afda-92fff07d6a34.jpg)
이만희 감독, 신성일과 문정숙 주연 영화 만추(1966). [사진 조희문 교수]
"아버지는 이북 피란민 출신 극우셨죠"
“개인적으로 저희 부모님이 다 평안남도 분들이에요. 외가는 지위 높은 국군 집안이라 트럭으로 다 피란 오셨죠. 돌아가신 저희 아버진 이북에 동생을 두고 오셨어요.” 그가 자신의 가족사를 얘기했다.
![박철수 감독의 영화 '학생부군신위'(1996)에 출연한 방은진. [사진 박철수필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607dd70d-fa41-4acc-a492-c10fea5c9e64.jpg)
박철수 감독의 영화 '학생부군신위'(1996)에 출연한 방은진. [사진 박철수필름]
“아버지는 극우셨죠. 실향민으로 혈혈단신 피란 오셔서 철도고등학교 나와 박정희 정권 국비 장학생 1호로 해외유학을 가시고 새마을운동 모자를 평생 쓰고 다니셨어요. 저는 극과 극을 다 보고 자랐어요. 강원도도 접경지역이라 여전히 보수적인 인식이 강하죠. 그럼에도 전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민족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분에서”라고 강조했다. “북은 기술‧자본이 필요하고 우리는 일자리, 그들의 자원이 필요하잖아요. 그것들을 강대국들이 선점하기 전에 남북교류가 이뤄져야 앞으로 세대가 더 잘 먹고 잘살 근간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당장 처한 현실부터 ‘평화’란 말에서 남북을 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제도 존재하는 것이고요.” '쉬리' 보고, 경포대서 강형욱 '댕댕런'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도 이번 영화제에서 대형 스크린에 상영된다. [사진 명필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04/b9ae5f29-7ec5-4850-831e-89ffc4bdc2dd.jpg)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도 이번 영화제에서 대형 스크린에 상영된다. [사진 명필름]
영화제를 치르고 나면 그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에 우정 출연할 계획이다, 또 시나리오 준비 중인 연출작도 기다린다고 그는 귀띔했다.
“사실 저한테 과분한 일을 하느라 좀 고갈돼있는 상태거든요. 본연의 모습으로 재충전해야죠. 영화제가 이후로도 잘 가려면 첫걸음이 너무 중요하잖아요. 겸손하고 순박하고 꽉 찬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