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풍력발전소 ESS 발전실서 화재…ESS 잦은 불 원인은?

24일 오전 11시29분쯤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발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24일 오전 11시29분쯤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발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24일 오전 11시 29분쯤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시간 30여분 만에 꺼졌다.

이날 발생한 화재로 리튬이온배터리 2700개와 전력변환 장치 1개가 타는 등 발전실 414.3㎡가 모두 탔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진화인력 71명과 장비 20대를 투입해 오후 1시 44분쯤 큰 불길을 잡았고 2시 5분쯤 진화를 완료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과 소방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ESS는 태양광·풍력 등에서 발전되거나 전력계통으로부터 공급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한 후 필요한 때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관리 소프트웨어(BMSㆍPMSㆍEMS) 등이 전력 흐름을 통합적으로 제어ㆍ관리하는 새로운 전력설비다. ESS 보급은 2017년부터 확대됐으며 지난해 국내 ESS 시장 규모는 약 3.6GWh로 세계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정부 지난 6월 안전강화대책 발표 

정부는 ESS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자 원인을 조사해 지난 6월 공개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강화대책도 내놨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를 통해 분석내용을 공개했다. 조사대상은 2017년 8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화재 1건을 비롯해 지난해 5월~올해 5월(22건) 발생한 화재 23건이다.


이 중 61%(14건)는 태양광 ESS였다. 23건 중 14건은 충전 완료 후 대기 중에 발생했다. 6건은 충ㆍ방전 과정에서 3건은 설치ㆍ시공 중에 불이 났다. 사고원인은 크게 4가지로 분석됐다.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운영환경 관리 미흡▶설치 부주의▶ESS 통합제어ㆍ보호 체계 미흡 등이다.

배터리 보호 시스템이 미흡은 전기충격(과전압ㆍ과전류)이 배터리 시스템에 유입될 때, 배터리 보호 체계인 ‘랙 퓨즈’가 빠르게 전류를 차단하지 못해 직류 접촉기가 폭발하며 불이 났다.

24일 오전 11시29분쯤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발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24일 오전 11시29분쯤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발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국내 ESS 사업장 1490곳에 달해 

운영환경관리도 부족해 산지ㆍ해안가에 설치된 ESS는 큰 일교차 탓에 결로와 먼지에 노출됐다. 배터리 모듈 안에 결로가 생겼다가 건조됐다가 하면서 먼지가 눌어붙고 이로 인해 절연(전기 차단)기능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부주의한 설치과정, ESS의 제작 주체가 서로 달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안전기준ㆍ장치 마련 등 안전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는 별도 전용건물 내에 설치하도록 했다. 누전차단장치, 과전압 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배터리 완전충전 후 추가충전을 금지했다. 이상징후(과전압ㆍ과전류, 온도상승 등)가 탐지될 경우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비상정지되는 시스템도 마련하도록 했다.  

점검도 강화해 정기점검주기를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전기안전공사와 관련 업체가 공동점검을 한다. 또 특별 점검은 수시로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ESS 사업장은 1490곳(누적 기준)에 달한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