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Collection] 말하지 않아도 풍겨나는 고급스러움, 올드머니 럭셔리

최근 패션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는 단연 ‘올드머니 럭셔리(Old Money Luxury)’다. 대대로 축적된 부를 가진 상류층이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지난 시즌까지 화려하고 키치한 Y2K 룩이 트렌드를 이끌었지만, 이번엔 정반대의 트렌드가 왔다. 올드머니 럭셔리는 고품질의 소재에 색감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뉴트럴톤을 즐겨 사용한다. 클래식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단정한 핏 또한 특징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굳이 말하지 않아도 풍겨 나오는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최근 패션업계를 강타한 또 하나의 트렌드인 ‘조용한 럭셔리 (Quiet Luxury)’로도 불린다. 

케이트, 컨템포러리 패션 미학의 재정의

올드머니 룩의 부상엔 MZ세대의 선택이 주요했다. 그동안 레트로에 기반을 둔 화려한 색감과 거침없는 컷아웃 디자인의 패션을 추종하던 20~30대 젊은 층이 이젠 조용한 럭셔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뉴욕 기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케이트'의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케이트]

뉴욕 기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케이트'의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케이트]

 
그 중심에는 미국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케이트(Khaite)’가 있다. 2016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서린 홀스타인(Catherine Holestein)이 창립한 브랜드로 남성성과 여성성, 강인함과 부드러움, 구조와 유동성, 클래식과 모던함과 같은 상반된 요소들을 과감하게 조화시키며 미국 뉴요커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국내엔 올해 하반기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이하 코오롱FnC)이 공식 수입해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 '케이트'는 '길고 흐르는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말로,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상태'를 상징한다. 21세기 미국의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코드와 유럽 럭셔리 하우스를 결합한 여성복을 선보인다. 케이트는 최근 모델 켄달 제너와 카이아 조던 거버, 영화배우 마고 로비와 라우라 해리어, 영국 왕실의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 가수 두아 리파, 한국인 모델 겸 배우로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정호연 등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입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케이트의 옷에 대해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청바지"라 평했고, 패션지 보그 USA는 "여성들이 진정으로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 묘사하기도 했다. 

뉴욕 기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케이트'의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케이트]

뉴욕 기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케이트'의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케이트]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케이트 제품에 사용하는 '소재'의 품질이다. 모든 제품을 로로피아나·샤넬·알라이아 등의 제품을 취급하는 이탈리아 제조업체에서 생산해, 품질에 있어선 유럽 최고급 패션 하우스에 못지 않다. 이는 케이트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케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캐서린 홀스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옷장에 있는 물건들을 떠올리며,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좋은 품질의 옷을 만들어, 이를 오래도록 소중하게 입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주력 아이템 또한 캐시미어 스웨터, 데님, 가죽, 부츠처럼 지속 가능한 의류를 대표 아이템으로 내세운다.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특히 올 가을·겨울 시즌에는 ‘밸런스 오브 파워(Balance of Power)’란 주제로 미니멀하면서도 파워풀한 분위기의 컬렉션을 선보여 세련된 올드머니 룩의 진수를 보여줬다.  


 

발렉스트라, 밀라노 미니멀리즘과 현대적인 럭셔리의 만남  

1937년에 이탈리아 장인 지오반니 폰타나(Giovanni Fontana)에 의해 설립된 럭셔리 가죽 브랜드 발렉스트라(Valextra)는 '밀라노의 미니멀리즘'을 대변하며 조용한 럭셔리를 이끈다. 감각적인 트렌드와 장인 정신이 결합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들 역시 높은 품질과 절제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올드머니 럭셔리와 일맥상통한다. 발렉스트라는 됐다. 브랜드 이름 발렉스트라는 '여행 가방'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발리제리아(Valigeria)'와 '뛰어남'을 뜻하는 '엑스트라(Extra)'의 합성어다. 최상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한다는 ‘밸류 엑스트라(Value Extra)’를 의미하기도 한다.  국내엔 코오롱 FnC가 지난해 10월부터 공식 수입·전개하고 있다. 

발렉스트라 듀에토 투 핸들 백. [사진 발렉스트라]

발렉스트라 듀에토 투 핸들 백. [사진 발렉스트라]

발렉스트라의 핸드백과 러기지 제품은 각 상품을 제작한 장인의 고유 코드가 각인될 만큼 높은 수준의 수공예 품질을 보장한다. 미니멀한 유선형 라인은 밀라노의 절제와 신중함을 반영한다. 브랜드 이름 앞글자를 딴 아이코닉한 ‘V’자 모양의 모티프는 세련된 조형미를 극대화시키는 특징 중 하나다.  V자는 브랜드의 제품 내부와 외부 포켓 디자인에 활용되는데, 로고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고급스럽고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해 올드머니 룩을 완성하기에 제격이다.  

페르가메나 컬러를 사용한 발렉스트라 밀라노 백. [사진 발렉스트라]

페르가메나 컬러를 사용한 발렉스트라 밀라노 백. [사진 발렉스트라]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컬러 역시 올드머니 럭셔리를 대변한다. 은은한 화이트 계열의 컬러 '페르가메나(Pergamena)'가 대표적이다. 중세 유럽에서 종이 대용으로 사용했던 오래된 양피지(양가죽을 늘여 석회 처리한 가죽 종이)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올드머니 룩의 클래식하고 정제된 스타일을 연출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