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전날 P1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에서 조정두(37·BDH파라스)가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틀 연속 금빛 총성을 울렸다. 한국 장애인 사격은 이틀 만에 메달 4개(금2, 은, 동1)를 획득했다.
공기소총 결선은 총 8명의 선수가 출전해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한 뒤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그러나 14번째 발에서 9.8점을 쏘면서 5위까지 떨어졌다. 15, 16번째 발에서는 각각 10.4점을 쏴 6위 얀 빈터(덴마크)를 0.9점 차로 제치고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고비를 넘긴 박진호는 17번째 발에서 10.5점을 쏴 3위로 올라섰다. 18번째 발까지 쏜 뒤 1위 도로셴코와의 격차는 0.6점. 19번째 발에서 10.4점을 쏜 박진호는 가바소프의 추격을 허용했다.
가바소프가 먼저 10.7점을 쏘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박진호도 10.7점을 쐈다. 슛오프까지 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도로셴코가 10.0점에 머물면서 2위로 올라서 최종 3인이 되는 데 성공했다.
메달을 목에 건 박진호는 "무겁다. 너무 좋다"며 "첫 날부터 사격이 잘 풀렸기 때문에 더 마음 편하게 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하는데, 내가 왜'란 생각을 했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을 넉넉하게 쓰던 박진호는 막판에 격발 시간을 앞당겼다. 그는 "시계가 눈에 보이는 걸 좋아한다. (이 경기장은)보이는 데 없고, 고개를 돌려야 볼 수 있더라. 원래 모니터 구석에 시계가 나와야 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지 않을까, 늦지 않을까 걱정도 조금 했다. 그래도 쏘고 나서 보니까 10초 정도 남더라. 충분하게 호흡 더 해주고 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제한 시간을 거의 다 쓰던 박진호는 마지막 발은 상대보다 먼저 쐈다. 박진호는 "1.1점 차이란 걸 확인해서 그냥 기본적인 내 행위만 해서 평균 타점 10.3~10.5 안에만 들어오면 편하게 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과감하게 격발했다"고 설명했다.
패럴릭픽 금메달은 사격 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그의 마지막 과제였다. 박진호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획득했다. 복사 종목에서는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3년을 기다린 박진호는 마침내 생애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진호는 "은, 동은 있어도 금은 없었다. 소속팀 감독님이 해주시는 말씀이 '너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밸런스만 잡으면 너는 괜찮다''는 말이 생각났다. 총을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던 게 주효한 것 같다. 18~20발 때부터 충분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2014년부터 이 종목 세계신기록(본선)을 저 혼자 바꿔왔다. 내 기록이 깨진 적이 없는데 패럴림픽에서만큼은 금메달이 없었다. 약간 비어있던 게 꽉 찬 느낌이다. 희열이 느껴졌다. '아, 내가 패럴림픽에서 애국가를 울리는구나'란 생각에 뭉클했다.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강릉시장님이 중증 장애인 선수들을 배려해주셔서 우리 팀 선수들은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왔다. 감사하다"고 했다.
박진호의 아내 양연주(43)도 함께 사격을 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과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털어놓았다. 박진호는 "부모님을 연초에 뵙고 한 번도 못 봤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돌아가면 가족들부터 찾아보려고 한다"며 "연주야, 오빠 금메달 따서 간다. 사랑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