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들이 지난달 27일부터 사흘에 걸쳐 2025년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나자, 재계에선 ‘삼성도 올해 철저히 안정 지향적인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사장 승진자인 김용관(61) 반도체(DS) 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한진만(58)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물론, 신규 선임된 CEO들이 모두 1960년대생이기 때문이다. 삼성SDI 대표에 선임된 최주선 사장(1963년생), 삼성디스플레이 이청 사장(1966년생), 삼성벤처투자 윤장현 사장(1968년생) 등 대부분의 신임 CEO들은 1968년생인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보다 나이가 많고, 1969년생인 삼성SDS의 이준희 사장만 이 회장보다 한 살 아래다.
지난해 말 2024년 정기 임원인사 때 삼성이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1970년생)을 승진시켜 ‘1970년대생 사장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던 데 비하면 올해는 세대교체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역동적이 세대교체 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관계자는 “삼성도 새로운 젊은 리더에게 과감한 시도를 주문하기엔 불안한, 그만큼 위축된 상황이란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삼성은 2021년 말 인사에서 당시 63세였던 김기남 부회장, 60세 고동진 사장, 60세 김현석 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을 모두 퇴진시키고, 당시 59세 한종희 사장과 58세 경계현 사장을 선임해 전면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이번 인사로 대표이사 투톱이 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은 62세, 전영현 DS부문 부회장은 64세로 2021년 당시 대표이사들보다 많다. 2020년 정기인사에서 52세 나이에 사장으로 파격 승진한 노태문(56)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이 현재 사장단 중 ‘젊은피’에 속한다. 다만 삼성은 임원급 승진자에선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배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이 내부 활력을 끌어올리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를 선제적으로 발탁하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연륜있는 리더가 가진 장점도 있는 만큼 세대교체 자체가 인사의 목적일 수는 없다”면서도 “젊은 리더들이 등장하면 조직 내 다양성과 도전 정신, 유연성이 더 커지는 장점이 있으므로 젊은 인재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CEO가 될만한 인재 육성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이 2021년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전무와 부사장 직함을 없애면서 ‘사장 인재풀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인물들의 영향이 오히려더 커졌다”라며 “글로벌 기업이나 외부 인재 영입도 없어 다양성이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젊은 인물들이 계속 치고 올라와야 하므로, 기업은 다양한 인재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SK·롯데·CJ선 70년대생 CEO 배치
하지만 이들 기업들 중엔 임원 수 감축, 희망퇴직 등이 진행되고 “새로 선임된 젊은 CEO보다 고령인 임원들의 퇴임 속도가 더 빨라지는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말부터 50대 이상 고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롯데는 이번 인사를 발표하며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 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으며, CJ 역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