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맥락에서 2016년 개봉한 영화 ‘설리(SULLY)’도 거론된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이 영화는 2009년 1월 15일 발생한 US 에어웨이스 1549편의 불시착 상황을 다뤘다.
당시 이 항공기는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우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무게가 3.2~6.5㎏(수컷 기준)가량 나가는 캐나다 거위 떼와 충돌했다.
이로 인해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센트럴 파크 인근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는데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전원이 생존하면서 ‘허드슨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항공전문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바다 등 물에 비상착륙하는 건 경우에 따라선 육지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정보산업대학원장은 “흔히 물에 내리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물의 비중이나 저항 등을 생각하면 육지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영화의 경우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엔진 2개가 모두 꺼진 이례적인 상황에서 경력만 40년이 넘는 베테랑 조종사가 기적적으로 수상 착륙에 성공한 사례”라며 “바다에 추락할 경우 돌덩이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아 아주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얼핏 물이 부드럽게 보이지만 고속으로 충돌하면 단단한 벽에 부딪히는 수준의 충격이 가해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물에 닿는 각도(착수 각도)나 속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에는 기체가 부서질 위험도 크다고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바다에서 모터보트를 탈 때 파도에 부딪히면 마치 돌덩어리에 부딪히는 듯한 충격이 가해지는 것만 떠올려도 바다로의 비상착륙이 상당히 어렵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바다에 내릴 경우 탑승객 구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바다라는 특성상 구조 장비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행기에 물이 차서 침수되면 가라앉을 수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비행기가 바다나 강에 비상착륙 또는 추락했을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만일 구명조끼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닥쳐도 비행기 내에서는 성급하게 구명조끼를 부풀리지 말아야 한다.
비행기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는 잠수해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는 잠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풀린 구명조끼는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방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