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은 슬픔 같을텐데…" 승무원 유족들은 숨죽여 운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사고로 숨진 179명 가운데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 중에는 제주항공 승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5분 기준 사망자 141명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통보했다. 당국은 숨진 179명 유해를 공항 내 격납고 등 임시 장소에 안치했다. 유해는 검·경 등 수사기관 검시와 지휘 등을 마친 뒤 수습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가족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당국은 유해를 가족에게 인도할 때까지 보관할 냉동설비도 마련했다. 애초 6대를 준비했지만 5대를 추가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179명 가운데는 제주항공 승무원 4명도 포함됐다. 승무원 6명 중 2명(30대 남성·20대 여성)은 극적으로 구조된 뒤 목포 시내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전날 모두 서울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존한 승무원 2명은 모두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구조됐다.

38명 신원 미확인…기장·부기장도 확인 안돼 

사망자 179명의 유해는 지난 29일 오후 8시38분쯤 모두 수습했지만, 아직 38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제주항공 기장과 부기장 신원도 확인되지 않았다. 객실 승무원 2명 신원은 전날 오후 확인됐다. 나이가 가장 젊은 승무원은 23세(여·객실 담당)였다.

지난 30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임직원들이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 마련된 임시 프레스센터에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0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임직원들이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 마련된 임시 프레스센터에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제주항공 승무원 가족도 전날 무안공항에 도착, 생존 여부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명단이 확인되지 않은 승무원 가족은 일반 승객 유가족과 마찬가지로 슬픔을 억누르며 숨을 죽이고 명단 발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고 수습과 사망자·유족 지원이 우선이기 때문에 아직 우리 직원에 대한 자세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가족을 잃은 슬픔이야 같을 텐데…”라며 말을 아꼈다.

참사 유가족 "모든 신원 확인돼야 장례 절차 진행"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은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될 때까지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가족 대표 박한신씨는 이날 오전 무안공항 청사 2층 대합실에서 다른 유가족에게 대표단 구성을 알린 뒤 이같이 밝혔다.

30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임시 영안안치소가 설치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임시 영안안치소가 설치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박씨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있다. (모두) 확인되기 전까지 장례 절차 등 모든 일이 중단된다”며 “개별적으로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것도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전날 오전 9시3분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 폭발하며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4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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