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잔 올리려고 서울에서 첫차 타고 왔어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충환(64)씨는 30일 오후 3시 40분쯤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 1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오후 12시쯤 무안에 도착했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들렀다 분향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연고도, 아는 사람도 없지만 슬프고 안타까워서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에 마트에서 막걸리를 사 왔다”며 “1년에 한 번 정도 부산이나 제주에 갈 때 비행기를 타는데,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참변에 시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문하러 이동하는 발소리와 환풍기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이 흘렀다. 한 70대 여성은 분향소에 들어와 “아이고 어떡해”라며 한참 오열했다. 함께 온 일행은 이번 사고로 이 여성의 지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어두운 표정으로 분향소에 들어섰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가 고사리손으로 국화꽃을 올려두기도 했다.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추모객 상당수는 사고가 난 무안공항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었다. 무안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정연정(41)씨는 동료 3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정씨는 “출퇴근할 때마다 공항을 보는데 이런 일이 생겨 당연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모 입장에서 어린아이들이 사고 비행기에 많이 탔던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진태(66)씨는 “딸과 사위도 이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가 예약을 못 해서 안 탔다”며 “돌아가신 분들 너무 안타깝다. 시간이 되면 광주에 마련된 분향소도 찾아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조문 발길도 이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았고 오후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분향소 조문객은 12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1226편 여객기는 같은 날 오전 9시쯤 기체 이상으로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포함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