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성도 김밥 200줄 싸왔다…무안공항에 십시일반 모인 온정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째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며 유족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카페에 붙은 선결제 안내문. 최혜리 기자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카페에 붙은 선결제 안내문. 최혜리 기자

 
30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4번 게이트 인근 카페에는 ‘봉사자 및 유가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드시길 바랍니다. 선결제 됐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카페 직원 A씨는 “(사고 당일인) 어제 50잔에 이어 오늘 아메리카노·카페라테 100잔씩 총 250잔에 대한 선결제가 있었다”며 “미리 결제하신 두 분은 각각 다른 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음료·분식·국밥 등을 식당에서 미리 사두는 선결제 문화는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현장에서 화제가 됐다. 집회 참가자에 대한 연대·지지의 의미를 담은 선결제가 재난 현장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이날 무안공항 카페를 찾은 유족도 시민들의 위로가 담긴 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한숨을 돌렸다. 점심 후 카페에 들른 공항 직원들은 매장 앞 ‘선결제 안내문’을 보고도 “유족들이 드셔야 한다”며 키오스크로 가 직접 주문했다.  

정주아(65)씨가 무안 공항 2층에서 유가족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김서원 기자

정주아(65)씨가 무안 공항 2층에서 유가족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김서원 기자

 
공항 곳곳엔 시민·단체·기업이 참사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만든 부스가 설치됐다. 교회 지인과 함께 현장을 찾은 정주아(65·광주)씨는 공항 2층 3번 게이트 앞에서 밥·김치·곰국 200인분을 제공했다. 그는 “조카의 여자친구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였다”며 “교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는 목포 충현 교회에서 온 신철원 목사(54)가 교인들과 함께 일회용 칫솔 세트 200개, 무릎 담요 세 박스, 초코파이·캔커피 등을 배급했다.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안유성 명장도 김밥 200줄을 싸서 들고 공항을 찾았다. 안씨는 “마음이 먹먹하고 너무 안타까워서 일하다가 뛰쳐나왔다”며 “5.18 때 주먹밥을 만들었던 시민들처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며 곁에 있고 싶다”고 했다. 

30일 김밥 200줄을 싸서 무안 공항을 찾은 '흑백요리사' 안유성 명장. 장서윤 기자

30일 김밥 200줄을 싸서 무안 공항을 찾은 '흑백요리사' 안유성 명장. 장서윤 기자

 
사고 직후인 전날 오전부터 공항을 찾은 대한적십자와 전남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은 전복죽 등 점심·저녁을 800인분씩 준비하는 한편 생수, 방한용품 등을 나눠줬다. 1층 편의점 앞에선 롯데코리아세븐 관계자들이 ‘필요하신 만큼 가져가 주세요’라고 써 붙이고 물, 빵, 라면, 에너지바 등을 한 묶음으로 제공했다.  


무안 공항 인근에 위치한 펜션에서 사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유족에게 무상 숙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영근 기자

무안 공항 인근에 위치한 펜션에서 사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유족에게 무상 숙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영근 기자

 
음식과 생필품을 나누는 일 외 직접 봉사를 하거나 숙소를 지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해남에서 한 시간 차를 타고 온 조은영(59)씨는 “자원봉사센터 봉사자 12명과 조를 짜서 왔다”며 “현장 화장실 청소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세월호 진도 때도 봉사를 했었는데 10년 만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마음이 정말 아프다”고 글썽였다. 무안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펜션을 관리하는 김홍산(56)씨는 ‘공항 여객기 사고 유가족 무상 숙소’ 현수막을 내걸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글. 사진 SNS 캡처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글. 사진 SNS 캡처

 
한편 온라인상에는 무안스포츠파크 내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함께 봉사자 할 분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소식을 접하고 올해 마지막 새 해 첫날을 사고수습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보내기로 했다”며 “전남에 사는 친구 중 봉사 가능한 사람은 댓글을 부탁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