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대통령이 지체 없이 해야 할 의무”라는 취지로 말하며 빠른 이행을 촉구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 의장은 지속해서 이런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에 대해 최 대행은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우 의장과 최 대행은 회동 중에 배석자를 물리고 수 분간 단독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우 의장은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헌법학회의 합의된 해석”(26일), “권한대행의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는 현행 특검법에 규정된 법적 의무”(23일)라고 촉구했다.
이날 면담은 최 대행이 27일 권한 대행직을 맡은 후 3일 만에 이뤄졌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40분가량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최 대행과 우 의장 모두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참사를 애도하는 뜻으로 검은 양복을 입고 근조 리본을 패용했으며, 통상적인 모두 발언 공개 없이 곧바로 비공개 면담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참사 수습이 최우선이란 공감대 속에, 정치 현안 관련 발언에 대해선 ‘함구령’을 내렸다. 전날 발생한 참사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정쟁을 중단하자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안 제주항공 참사 수습 대책과 유가족 지원 대책에 대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회동 후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한 우 의장은 “지금부터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빠르게 수습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일”이라며 “충분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생긴 건 인재(人災)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행도 회동 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경찰청과 국토부에 이번 참사의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선 최 대행이 이른바 ‘쌍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중재안을 갖고 온다면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쌍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앞서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 등 6개 법안과 같이 처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