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30년 전 성추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2심에서도 인정됐다. 지급해야 하는 손해 배상금만 500만 달러(약 74억원)에 달한다.

 
30일(현지시간) AP와 CNN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고등법원은 이날 패션 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이 트럼프를 상대로 낸 성범죄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트럼프에 500만 달러 배상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재량권 남용 여부 검토 결과, 트럼프는 문제가 제기된 판결에서 1심 법원이 오류를 범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캐럴은 2019년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자신이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회고록 판매를 노린 조작된 이야기”라며 혐의를 부인하자, 캐럴은 성폭행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난해 5월 트럼프에게 500만 달러 손해배상 선고를 했다. 다만 성폭행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성추행만 인정했다.

트럼프 측은 이후 1심에서 나온 “1970년대 뉴욕행 항공기에서 트럼프에게 성추행 당했다”, “2005년 주간지 인터뷰를 위해 트럼프와 만났다가 강제로 키스 당했다”는 등의 증인 진술과 트럼프의 외설적 발언이 담긴 ‘액세스 할리우드’ 녹음파일 증거물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트럼프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캐럴 측은 2심 승소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당사자 양측 주장을 신중하게 고려해준 법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반면 차기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이 지원한 모든 마녀사냥을 신속히 기각할 것을 요구한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이번 소송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대통령이 직무와 무관한 일로 발생한 민사 소송을 피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미 연방대법원의 판례여서다. 

트럼프는 캐럴이 별도로 제기한 명예훼손 위자료 지급소송에서도 패소했지만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관련 사건을 심리한 1심 법원은 트럼프가 캐럴에게 위자료 8330만 달러(약 1226억원)를 지급해야한다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