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어머니 모르는데…” 장례식장서 시신 기다리는 유족
무안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 예정인 희생자 김모(64)씨의 친형은 30일 오후 7시 장례식장 상담실에서 빈소를 예약하고 시신을 기다렸다. 오후 6시에 무안공항 내 격납고에 보관돼있던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이송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갑자기 운구가 중단됐다. 국토교통부에서 시신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하면서다. 기다림은 이날 밤까지 이어졌다.
자영업을 하던 김씨는 동갑내기 친구 8명과 태국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올해 96세인 김씨의 어머니는 아직 김씨의 사고 소식을 모른다. 김씨의 형은 “어머니가 무안공항 근처에 사시는데 사실을 알릴 수 없어서 저녁을 차려드린 뒤 손주들이랑 밥 먹고 오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들어갔더니 아무것도 모르고 내 잠자리에 이불과 담요를 덮어 뒀더라”며 “내일 모레면 97세이신데 이 사실을 알면 안 될 것 같아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유족은 밤 늦게 결국 장례식장을 떠났다. 김씨 형은 “경찰이 신체 일부가 분해돼 다른 시신과 섞일 수 있어 기다리라고 했다”며 “괜찮다는 각서를 쓰고 장례를 치르려고 했는데도 지금 또다시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부 중 남편 시신만 안치…“시신 온전치 않아”
30일 밤 이 장례식장 빈소 안내판에는 참사 희생자 8명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었지만 상주의 명단도, 발인·장지 일정도 미정인 채 비어있었다. 유가족이 개별 장례를 치르길 원해 장례식장에 명단은 올려놨지만, 시신이 인도되지 않고 있어서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임의로 발인을 1월 1일로 잡아놨는데 아까 유족들로부터 다 못 온다는 연락을 받고 2일로 미뤄 놨다. 이마저도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토부와 전남경찰청은 시신이 온전해 유가족에게 인계해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희생자는 5구뿐이라며 나머지 시신은 660편으로 나눠지는 등 훼손이 심하다고 밝혔다. 유가족 대표단은 모든 시신이 수습될 때까지 장례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했다가 개별 유가족의 자유에 맡기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3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시신 검시와 검안, DNA 대조가 다 끝난 희생자 28명에 대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서류작업을 거쳐 추가 인도할 예정”이라며 “시신을 더 온전히 수습하고 싶으면 더 기다려도 되고, 바로 모시고 싶은 유족은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