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BNP파리바, 스탠다드차타드 등 주요 IB들의 내년 1분기 말 달러당 원화값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계엄 사태 이전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8일 기준 전망치 중간값(1305원)보다 130원이나 하락(환율은 상승)한 수치다.
외환당국은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진 않더라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시장 불안을 초래할 경우엔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설명회에서 “계엄 발표 후 스무딩 오퍼레이션(달러 매도 등 미세한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했다”면서도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 아니냐 하는데 그런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국의 시장 개입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원화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한은 외환보유고 등 ‘외화 방파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되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들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KDI는 “외환보유액 등을 이용해 경제 기초 여건과 괴리된 환율 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과거 다수 신흥국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KIEP도 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외환시장 개입의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 급등을 제한하거나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는 효과가 있으나, 대규모ㆍ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대외 신인도 약화 우려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