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연장 32.3㎞ 구간을 다 주파하는 데 21분가량이 걸린다. 기존 경의중앙선(46분)이나 광역버스(66분)보다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이다. 빠른 속도를 앞세운 GTX는 수도권은 물론 강원, 충청 등 인근 지자체에서도 노선 연장을 원할 만큼 관심을 모아온 사업이다.
새해에도 다른 GTX 노선을 비롯해 가덕도신공항, 철도지하화 등 굵직하고 이목이 쏠리는 교통사업들이 계속 진행된다. 그러나 이들 사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상황, 사업 일정 등에 따라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내년 4월 공항 기본설계 완료
현재는 기본설계가 진행 중으로 내년 4월께 완료될 예정이다. 이후 기본설계에 대한 적격성 평가를 거쳐 연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고 착공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방침이다. 김정희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기본설계가 끝나면 보다 정확한 완공 가능 일자와 사업비 등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가덕도공항은 육지와 바다에 걸쳐 3500m 길이의 활주로 1개와 20만㎡의 여객터미널, 계류장 등을 건설하는 데 13조 5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개항은 2029년 말이 목표다.
이런 추정 사업비는 기본계획 수립 당시 나온 액수다. 실제로 공사를 전제로 기본설계를 한 뒤 나올 예상사업비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9년 말 개항을 고수할 경우에는 사업비 규모가 더 치솟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덕도공항 건설관계자는 “2029년 말 개항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거기에 맞추려면 추가로 상당한 재원을 집중투자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돈을,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완공 목표 시기가 현실적인지 ▶예상 효과 대비 사업비 규모는 적정한지 ▶외해에 위치한 곳에 공항을 짓는 게 적절한지 등을 놓고 다시 갑론을박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새해 선도사업 발표에 촉각
하지만 선정발표 시점이 임박해서 일정을 연기했다. 철도업계에선 사업제안서를 낸 지자체 중 일부가 너무 과도한 사업 범위를 제안한 데다 이를 마치 다 실행할 것처럼 발표하면서 국토부 계획에 상당한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애초 국토부는 사업계획의 타당성, 사업비 추정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정말 될만한 사업만을 우선 추릴 계획이었는데 일부 지자체가 너무 앞서 나가면서 당황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경부선 일대 34.7㎞와 경원선 일대 32.9㎞를 지하로 옮기겠다고 제안했다. 예상 사업비는 25조 6000억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경부선 구포~가야차량기지(8.9㎞)와 부산진역~부산역(2.8㎞)을 포함하는 11.7㎞ 구간을 대상으로 신청했다.
인천시는 경기도와 공동으로 경인선 도심 통과 구간(22.6㎞)의 지하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또 자체적으로 안산역~한대앞역 구간(5.1㎞, 안산선)과 석수역~당정역 구간(12.4㎞, 경부선) 지하화도 추진키로 했다. 사업비는 17조 5000억원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자 자격과 재원조달방안 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건설경기가 좋을 때라도 사업자가 쉽게 나서기 만만치 않은 규모라는 평이다. 게다가 선도사업이 연초에 발표되더라도 그 적정성 등을 놓고 탈락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도 여전하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철도가 없는 지역도 많은데 굳이 기존에 있던 철도를 지하로 넣는데 막대한 돈을 쓰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 못 구해서 B, C노선 차질
덕정(경기도 양주)에서 수원을 잇는 C노선(85.9㎞)은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사업을 맡고 있으며 개통 목표는 2028년이다. 앞서 정부는 C노선은 지난 1월, B노선은 3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기념식까지 가졌다.
하지만 이후 실제 공사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탓에 사업비 조달이 여의치 않은 게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서정관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은 “당초 지난해 착공 목표로 사업시행자와 협의했지만 어렵게 됐다”며 “B노선은 사업자가 조만간 일정을 밝힐 예정이지만, C노선은 아직 일정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상 공사 일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완공 시기도 미뤄진다. 해당 지역주민들로서는 이래저래 불편하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2기 GTX(D·E·F) 사업까지 추가 논의되면 사업 진척이 더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