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제주항공 참사 키운 '콘크리트 둔덕' 수사한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18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둔덕형의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 시설물 설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이 경찰의 수사 대상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9일 264명 규모로 구성된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나원오 전남청 수사부장)는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수사 쟁점을 검토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등의 이유로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 경찰은 검찰의 지휘 없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수사본부는 우선 사고 수습 및 사망자 신원 확인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고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경찰이 검토하고 있는 여러 수사 쟁점 중 로컬라이저 시설물이 핵심으로 꼽힌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진입 방향과 반대 측 활주로 끝 부근에 설치되는 시설물로, 착륙하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무안항공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 지점으로부터 251m 거리에 설치돼있었는데, 김포‧제주‧김해 등 국내 대부분의 국제공항(300m)과 차이가 있다. 지난 29일 사고기는 동체착륙 후 미끄러지다 둔덕과 외벽을 잇따라 충돌한 뒤 화재에 휩싸였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제기된 문제점과 국토교통부의 브리핑 등을 기초 자료로 해서 문제점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무안국제항공에 설치된 콘크리트 재질 로컬라이저가 사고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에 관련 안전기준‧설치기준을 엄격히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국토부 세부 지침‧기준 등을 살펴봤을 때 해당 시설물이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것으로 봐야하는지,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서 확인하겠단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는 국토부 조사와는 별개로 이뤄진다”며 “먼저 무안공항 관리주체와 제주항공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로컬라이저 설계업체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기가 방콕에서 지연 출발한 경위와 이유 등을 파악해 사전에 사고 조짐이 있었는지 여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와 ‘중대산업재해’에 모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에서 시민뿐만 아니라 사고기 기장 등 근로자도 사상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먼저 구체적인 참사 원인을 확인한 다음 해당 법 위반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겠단 게 경찰 계획이다.

한편 대검찰청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신속한 피해자·유족 지원과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 등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조해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주지검은 이종혁 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사고대책본부 규모는 광주지검 형사3부·공공수사부, 목포지청 형사2부 등 3개 부서 소속 검사 16명이다.

지난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대기하는 소방대원 뒤로 여객기와의 충돌로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파손돼 있다. 뉴스1

지난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대기하는 소방대원 뒤로 여객기와의 충돌로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파손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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