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요원 7명, 심리적 응급 처치 역할
임시 안치소까지 A씨를 부축하며 동행한 전남경찰청 피해자보호팀 한 직원은 ‘긴급 상황’이라는 피해자보호심리전문요원의 조언을 바탕으로 즉시 현장 검시팀에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순번대로라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A씨는 애초 일정보다 일찍 신원 확인을 마친 뒤 무사히 혈액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유족의 울음이 끊이지 않는 거대한 빈소가 됐다. 신원 확인을 위해 격납고에 임시로 안치된 시신을 보러 갈 때 유족의 심리적 동요가 제일 크다고 한다. 사고 당시 폭발·화재로 시신이 심각히 훼손됐기 때문이다.
전남경찰청, 피해자보호팀 50명 현장 배치
하루아침에 피붙이를 잃은 슬픔에 패닉 상태에 빠진 희생자 유족 곁에서 '심리적 응급 처치(위기 개입 상담)'를 하는 역할이다. 전남경찰청은 사고 첫날부터 여성청소년과 중심으로 피해자보호심리전문요원 7명을 포함해 피해자보호팀 직원 50명을 현장에 배치해 유족 보호·지원에 힘쓰고 있다.
경찰은 2009년 강력범죄 피해자 심리 상담 치료 등을 위해 피해자보호심리전문요원 제도를 도입했다. 일명 CARE(Crisis-intervention Assistance REsponse)팀으로, 이들을 ‘케어요원’이라 부른다.
“범죄·재난 피해자 심리 치료”
김종신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케어요원은 경찰이 기존에 주력하던 범죄 예방이나 범인 검거를 넘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부터 정부·지자체 등의 경제적 지원을 연계해 준다”며 “전문성은 물론 현장 대응 경험도 풍부해 재난 현장에서도 케어요원을 먼저 찾는다”고 했다.
2020년 5월 케어요원이 된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 하지은(32·여) 경사도 무안 사고 희생자 유족을 돕고 있다. 심리학 석사인 하 경사는 경찰 제복을 입기 전 청소년 지원 기관에서 4년간 심리 삼당을 했다고 한다.
하지은 경사 “트라우마 최소화 조언”
“희생자 유족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이와 관련, 하 경사는 “보통 형사 사건이면 수사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유가족이면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 범죄 피해자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며 “이번 사고도 시신 인도나 검시·감식 등 신원 확인 과정을 궁금해하는 유족이 많은데, 케어요원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내하는 식으로 유족을 안심시키고 불확실성을 줄여 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