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 때 춤춰도 되나요”… 애도 기간 졸업식·행사도 ‘최소화·취소’

제주항공여객기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희생된 3세 아동을 위해 장난감을 위패 앞에 놓고있다. 장진영 기자

제주항공여객기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희생된 3세 아동을 위해 장난감을 위패 앞에 놓고있다. 장진영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됨에 따라 학교들도 졸업식과 축제 등의 행사를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가족 여행이 많은 겨울 방학을 앞두고 긴급 안전교육과 비상연락망 점검에 나서는 학교도 많다. 

국가애도기간, 학교 졸업식도 “차분하고 엄숙하게”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弔旗)가 걸려 있다. 뉴스1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弔旗)가 걸려 있다. 뉴스1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직후 각 시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따른 안내사항과 교직원 근무 기강 확립을 강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학교에 조기를 게양하는 한편 연말연시 행사를 취소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차분하고 간소하게 진행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 인해 졸업식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 30일 졸업식을 진행한 경남의 한 초등학교는 당초 계획했던 축하 무대와 교사들이 준비한 이벤트를 모두 취소하고 졸업장 수여식과 소감 발표만 진행했다.  

졸업생 학부모는 “학생들이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신나는 분위기의 졸업식을 준비했지만 비행기 사고로 인해 최대한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며 “강당에서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담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도 내년 1월 2일 예정된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준비한 치어리딩 무대를 식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오늘 사전 리허설이 예정돼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공연 취소 이유를 설명하고 대신 졸업식 때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축제 그대로 진행해도 되나요” 학부모 혼선도

31일 오후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현장 인근인 무안국제공항 철조망에 추모쪽지가 붙어 있다. 뉴스1

31일 오후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현장 인근인 무안국제공항 철조망에 추모쪽지가 붙어 있다. 뉴스1

다만 학교별로 국가애도기간에 따른 조치가 달라 학부모들 사이에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세종의 한 중학생 학부모는 “옆 학교는 학교 축제가 취소됐다는데 아직 별도의 안내가 없어 그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이 시국에 춤추고 노래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이가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피구를 하다가 선생님이 애도 기간이라 교실로 들어가라 했다는데 체육활동도 금지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애도기간에 체험학습을 써서 가족여행을 가도 괜찮은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교육청, 겨울방학 앞두고 안전교육 강화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학교장 재량에 따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국가애도기간에 큰 행사는 취소를 권고하고 있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강제할 수는 없다”며 “야외 체육 활동이나 체험학습 등 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국가애도기관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앞둔 만큼 체험학습에 대한 안전교육도 이뤄졌다. 가장 많은 미성년자 사망자(5명)가 나온 광주시교육청은 최근 긴급 안전교육 실시를 각 학교에 안내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통수단별 안전수칙을 강조하고 사고가 났을 때 학교에 빠르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 등의 매뉴얼 안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사망자 중 미성년자가 총 1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발표한 12명에 이어 광주의 한 어린이집 원아 1명이 추가로 파악됐다. 학교급별로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각각 4명, 중학생이 3명,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원아가 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