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현직 대통령의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무안 제주항공 사고) 애도 기간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유감”이라며 “공수처 대응 재판부인 중앙지법이 아니라 민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은혁·정계선)들이 소속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도 대단히 문제”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체포영장이라는 비상수단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금 시도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국격과 관련된 문제니 수사기관이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칭하며 신속한 영장 집행을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를 감싸지 말고 국가 비상상황 수습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경호처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 내란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명령하라”고 요구했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경호처가 정당한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라고 견제했다.
여야의 정치적 계산도 분주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영장 발부를 계기로 탄핵 공세와 여당 압박 수위를 더 높일 태세다.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공격할 명분이 확실해졌다”며 “내란 특검법 공포나 헌법재판관 임명의 시급성도 더 부각된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관료 출신 최상목 대행 입장에서는 법원의 적법한 영장 발부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고, 당은 최 대행에게 특검법 공포 등을 단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뉴스1
다만 “영장 집행 과정과 이후 수사 과정이 매우 험난할 것”(김용민 민주당 의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경호처가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호처는 “영장 집행과 관련해 적법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영장 발부에 따른 파장을 주시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이날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금의 부적절성이나 국격 등을 거론하며 반대 논리를 폈지만 “여당이 윤 대통령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탓에 계엄 한 달 뒤에도 리스크에 발목 잡혀 있다”(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내부적으론 “계엄은 잘못됐지만 내란 수준으로 볼 수 없고, 탄핵엔 반대한다”는 입장이 대세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전날 계엄과 탄핵으로 국민 불안을 유발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도의적 수준 정도였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체포 이후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든다. 여당 중진의원은 “일단 여당이 똘똘 뭉친 상태에서 민주당의 줄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부각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침묵 속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는 당혹감이 흘렀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성급하게 영장 발부에 반박문을 냈다간 역풍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