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징어 넘어 씨가 마를 판…지난해 어획량 42%나 줄었다

지난해 어업생산금액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김값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기후변화 여파로 어업생산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징어는 어획량이 전년 대비 42%나 줄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어획한 오징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어민들이 어획한 오징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4년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어업생산금액은 10조918억원으로 전년(9조4369억원)보다 6549억원(6.9%) 증가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0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해면양식업의 생산금액 상승이 눈에 띈다. 전년 대비 5280억원 늘었는데 수출 호조를 보이는 김이나 단가가 높은 넙치∙감성돔 등이 효자 역할을 했다.

금액은 늘었지만 지난해 생산량·어획량은 361만t으로 1년 전보다 2.2% 줄었다. 연근해어업(-11.6%), 해면양식업(-1.6%), 내수면어업(-5.4%)에서 모두 생산량이 감소했다. 원양어업만 생산량이 전년보다 16.7% 증가했다. 

생산량 감소는 수온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연근해어업에서 두드러졌다. 2024년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6% 감소한 84만1000t으로 집계됐다. 1971년(76만4000t) 이후 53년 만에 가장 적었다. 국민 생선인 고등어 어획량은 13만5000t으로 전년(16만3000t) 대비 17.4% 감소했고, 갈치도 4만5000t으로 전년(6만1000t) 대비 26.6%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높은 수온 탓에 어군 형성이 부진했던 영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년째 ‘금(金)징어’라 불리는 오징어는 지난해에도 어획량이 급감했다. 2023년 2만3000t에서 1만4000t으로 42%나 줄었다. 연간 5만t 이상 잡히는 게 보통이었지만 2020년 이후부터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오징어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성어기인데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어군이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해수의 연평균 수온은 해마다 빠르게 상승해 지난해엔 18.74도까지 올랐다. 한대성 어종인 오징어가 살 수 있는 해수 온도 고점은 통상 20도로 본다. 추세대로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진짜 오징어의 씨가 마를 수 있는 셈이다.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냉동 오징어 1㎏의 소비자가격은 평균 1만9878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4년(1만8874원)보다 5.3% 비싸다. 10년 전인 2015년에는 약 3분의 1 수준인 평균 6865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생산량 기준으로 전남이 59.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경남(16.2%)·부산(8.0%)·충남(4.2%) 등이 뒤를 이었다.